[디자인 경영]기술로 승부 가리는 시대 지났다… 디자인경영이 창조경제의 힘!

  • 동아일보

경쟁 패러다임, 기술에서 디자인으로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제공
《 국내 기업들의 디자인 경쟁력 키우기 움직임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TV 등에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디자인경영을 도입했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최근 품질 못지않게 디자인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

“기술 전쟁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는 디자인 전쟁의 시대다.”

국내 유명 대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간의 경쟁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경쟁 기업보다 먼저 기술을 개발하는 게 화두였다면 이제는 제품 차별화, 나아가 브랜드의 특별함으로 경쟁 우위가 결정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특히 시장 영향력이 큰 기업들 사이에서 이런 모습은 더욱 두드러진다. 정상급 기업일수록 기술 격차가 적기 때문이다.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자인이 제품경쟁력의 핵심으로 부각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며 “2000년대 중반을 전후로 TV, 모바일기기, 자동차 등에서 한국 제품이 프리미엄 레벨로 인정받게 된 것도 디자인경쟁력의 상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대표 기업들의 디자인경영 투자


현대·기아자동차 제공(왼쪽), 캐리어에어컨 제공(오른쪽)
현대·기아자동차 제공(왼쪽), 캐리어에어컨 제공(오른쪽)
국내 대기업들의 디자인경쟁력, 나아가 디자인경영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기업 관계자들과 디자인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디자인 혁명’을 선언한 지 3년이 흐른 1999년을 기점으로 재계에 디자인경영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됐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LG전자 같은 국내 대표 글로벌 기업들의 디자인경영 강조하기 움직임이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이미 사내 디자인 인력 규모가 1300명을 넘어섰다. 현대기아차와 LG전자도 각각 약 750명과 460명의 디자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iF 디자인 어워드’ ‘IDEA’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한국 제품의 수상 실적도 급증했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전자는 해마다 다양한 제품으로 수상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디자인 조직에 대한 개편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베이징에 9번째 해외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했다. 현대·기아차는 500억 원을 들여 기아차 전용 디자인센터를 준공했다.

LG전자는 연초 디자인경영센터에 제품 영역 구분 없이 통합 디자인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디자인 책임자와 핵심 경영진이 참여하는 ‘디자인 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김태완 한국디자인진흥원(KIDP) 정보홍보실장은 “한국 글로벌 기업들의 디자인 조직과 인력 규모는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와 B2B 기업들도 디자인경영 나선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기업에서 시작된 디자인경영의 바람은 거세다. 최신 트렌드 중 하나는 소비재 기업은 물론이고 ‘기업 간 거래(B2B)’가 중심인 기업들 사이에서도 디자인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 또 서비스 기업들 사이에서도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B2B 기업의 경영진도 상당수가 이제는 정도의 차이만 있지 디자인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는 2010년 디자인 소위원회를 구축해 디자인경영을 그룹 전체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SK 제품과 서비스에서 ‘SK다움’을 구현한다는 게 핵심 원칙이다. 올해 SK는 디자인 실무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디자인경영 조직을 업그레이드했고, 계열사별로 적합한 디자인경영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은 사용자경험(UX) 분야에서 디자인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또 SK브로드밴드도 일반적인 셋톱박스와는 구별되는 색깔과 디자인으로 ‘친인테리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철강기업 포스코는 에너지 절감형 소재와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 건물을 만들고 있다. 또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으로도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 경북 포항제철소 본관 8층에는 밝은 색깔과 독특한 모양의 가구를 배치한 ‘포디치’란 공간이 있다. 포디치는 포스코와 중세 이탈리아의 유명 가문인 메디치의 합성어로 자유로운 소통이 목적인 공간이다.

한화그룹의 디자인경영은 한화갤러리아가 앞장서고 있다. 이 회사는 인테리어 구성에서부터 유명 건축 디자이너를 활용했다. 특히 2003년 명품관 WEST의 외관을 국내 최초로 지름 830mm 크기의 발광다이오드(LED) 유리 디스크 4330개로 꾸민 건 큰 화제가 됐었다. 2010년 문을 연 충남 천안 갤러리아 센터시티도 LED 외관에 프로펠러형 내관 구조로 층마다 공간 구성을 다르게 디자인해 관심을 받았다.

최근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에어버스 A380기를 도입한 아시아나항공도 디자인경영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영국의 디자인 전문기업인 탠저린에 의뢰해 프리미엄 좌석을 디자인했다. 디자인을 마케팅과 고객 서비스의 핵심 요소로 활용한 것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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