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맥주엔 새우깡, 수입맥주엔 육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7일 03시 00분


한국인 ‘동반구매’ 상품 살펴보니 소비습관 고스란히

혼자 사는 직장인 하종현 씨(32)는 1주일에 두 번 정도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산다. 홀로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그의 습관이다. 하 씨가 구입하는 맥주는 주로 유럽과 일본산 수입맥주. 안주는 육포 한 봉지다. 그는 “국산맥주는 회식 때 많이 먹기 때문에 혼자 있을 때는 좀 비싸더라도 수입맥주를 즐긴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간단한 안주를 함께 산다. 그런데 국산맥주를 사는 사람과 수입맥주를 사는 사람들은 구입하는 안주의 종류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아일보가 편의점 CU의 지난해 매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에서는 편의점에서 사람들이 동시에 구입하는 일명 ‘동반구매’ 상품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동반구매 상품의 구성에서는 한국인의 소비 습관과 생활의 단편을 볼 수 있었다.

○ 와인의 짝꿍 상품은 치즈

국산맥주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안주는 새우깡이었다. 이들은 숏다리(오징어 다리)와 꾸이꾸이(어육 가공식품)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마른안주류’도 많이 찾았다.

수입맥주와 함께 많이 팔린 안주는 육포 같은 비교적 ‘몸값’이 비싼 제품과 팝콘 등이었다. 육포 제품은 수입맥주의 주요 동반구매 상품 5가지에 2가지가 포함됐지만 국산맥주와 함께 팔리는 주요 상품 목록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이런 차이는 맥주에 따라 주요 구매 연령층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국산맥주는 40, 50대와 20, 30대의 구매 비중이 65 대 35다. 수입맥주에서는 이와 반대로 젊은층의 구매 비중이 높다. 중장년층은 새우깡처럼 익숙한 안주를 찾고, 젊은층은 새롭고 고급스러운 안주를 찾는 경향이 있다. 소주는 쓴맛을 해소하기 위해 콜라와 함께 사는 사람이 많았다. 막걸리는 사이다와 함께, 양주는 토닉워터와 동시에 팔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주종별로 섞어 마시는 음료가 다르다는 것을 나타낸다. 와인의 짝꿍 상품은 치즈였다.

○ 햄 통조림은 참치캔-즉석밥과 함께 팔려

술 이외 상품의 동반구매 상품에서도 한국인의 생활습관이 드러났다. 대표적 겨울철 간식인 찐빵은 베지밀 같은 두유 제품과 함께 잘 팔렸다. 김이 솔솔 나는 찐빵을 따끈한 두유와 함께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짜파게티를 살 때 가장 많이 사는 건 콜라였다. 짜장라면의 느끼한 맛을 탄산음료의 청량감으로 씻으려는 식습관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스팸 같은 햄 통조림은 참치캔, 즉석밥과 함께 팔리는 빈도가 높았다. 여기서는 1인 가구의 생활상이 드러난다. 편의점에서 낱개로 통조림을 사는 소비자 중에는 특히 1인 가구인 사람이 많다. 그들이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즉석밥과 통조림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공사장 등 작업 현장에서 많이 쓰는 반 코팅 목장갑은 캔커피, 종이컵과 함께 잘 팔렸다. 캔커피는 작업 도중 인부들이 피로 해소를 위해 달콤한 것을 찾는 점과 연관이 있다. 종이컵은 공사장에 많이 비치되는 대용량 음료를 따라 마시는 데 쓰인다. 생리대는 생리통 완화를 위한 진통제(타이레놀)와 짝꿍이었다.

편의점들은 이 같은 동반구매 패턴을 적극 활용한다. 이용상 BGF리테일 마케팅본부장은 “동반구매 상품을 분석하면 미처 몰랐던 소비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찐빵 조리기와 두유 온장고를 바로 옆에 배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성 고객이 많은 점포에서는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생리대와 물티슈를 함께 놓기도 한다. 세트 상품을 구성할 때 역시 짝꿍 상품을 함께 묶어 판매량을 높일 수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동반구매#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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