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커피 출고가 자발적 5∼10% 인하… 왜?

  • 동아일보

■ 맥심-맥스웰 등 23개 브랜드 대상

국내 커피믹스 시장 1위 업체인 동서식품이 다음 달 2일부터 커피제품 출고 가격을 5∼10% 내린다.

국제 커피원두 가격의 하락을 반영하면서 경쟁 심화되는 커피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이 회사가 제품 가격을 내린 것은 2001년 이후 12년 만이다.

최근 생활필수품 가격들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분위기에서 제조업체가 자발적으로 상품 출고가격을 내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향후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7일 동서식품이 가격인하 계획을 밝힌 제품은 인스턴트커피(커피믹스, 액상커피, 분말커피) ‘맥심’ 브랜드 10개 전 제품을 비롯해 원두커피는 ‘맥스웰’ 제품 등 11개 브랜드, 인스턴트 원두커피인 ‘카누’ 2종 전 제품이다.

품목별로는 현재 출고가격이 5480원인 원두커피 제품 ‘맥스웰하우스모카’(200g)는 10% 내린 4930원으로, 1만5260원인 인스턴트커피 제품 ‘맥심 오리지널’(500g)은 7.5% 내린 1만4120원으로, 1만6340원인 ‘카누 다크 아메리카노’(112g)는 5% 싼 1만5530원으로 각각 가격이 조정된다.

제조업체의 출고가격이 내려가면 이를 받아 판매하는 대형마트, 편의점 등 소매가격도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동서식품 측은 기대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외환위기의 여파가 이어지던 1999년에 ‘고통 분담’ 차원에서 두 차례 가격을 인하했으며 2001년에는 국제 원두가격 하락을 반영해 값을 내린 바 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인스턴트커피 시장이 계속 성장해 왔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둔화되는 등 시장이 침체기를 맞았다”며 “시장 수요를 키우기 위해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국내 인스턴트커피 시장 규모는 2010년 1조 원을 돌파하며 지난해까지 계속 성장해 왔으나 최근 정체기를 맞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AC닐슨 리테일은 올해 한국의 인스턴트커피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2% 감소한 1조2907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위 업체의 가격 인하 소식에 업계 2위인 남양유업 등 경쟁 업체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27일 “현재 인스턴트커피 제품에 대한 가격 인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국제 커피원두 가격의 하락폭을 고려할 때 동서식품 등의 커피가격 인하폭이 너무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수입협회에 따르면 27일 국제 원두 가격은 kg당 2.59달러로 1년 전 같은 시기(2012년 8월 27일) 3.68달러에 비해 29.5% 감소했다. 2년 전 같은 날 가격(6.14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 관계자는 “2011년 4월 평균 9% 가격 인상 이후에 국제 원두 가격이 더 올라갔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 이후 2년간 값을 올리지 않고 유지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새 정부 들어 ‘서민 물가 안정’이 이슈로 떠오르고 올해 초부터 식품 및 유통업체들이 잇달아 제품 가격을 내리는 분위기가 이어진 것도 가격 인하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