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비자신뢰지수 오르는데, 한국 소비심리는 아시아서 꼴찌

  • 동아일보

아시아 소비자 중 한국인들이 미래 경기를 가장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은 어두운 경기 전망 때문에 ‘안 먹고 안 입는’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조사전문 기업 닐슨은 24일 올해 2분기(4∼6월) 소비자신뢰지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전 세계 소비자신뢰지수는 1분기(1∼3월)보다 1점 오른 94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아시아 국가들의 신뢰지수 평균은 105점이었다. 소비자신뢰지수가 100점을 넘으면 소비자들이 경기를 낙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51점으로 아시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 4개 분기 연속 아시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특히 고용과 개인 재무 상태, 향후 소비 의향을 묻는 질문에 매우 부정적인 응답을 내놓았다. ‘나쁘다’ 또는 ‘좋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각각 90%, 79%, 84%나 됐다.

한국 소비자들은 비관적인 경기 전망 탓에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73%는 “가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소비 행태를 바꿨다”고 답했다. 지출을 줄인 항목(복수 응답) 중에서는 외식비(61%)와 의류 구입비(47%)의 비율이 높았다. “저렴한 브랜드의 식료품을 샀다”는 응답도 44%나 됐다.

오정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 하락과 가계부채 증가, 고용사정 악화 등 삼중고에 시달리다 보니 소비심리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비심리가 과하게 위축될 경우 경기, 고용 위축의 악순환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소비자신뢰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인도네시아(124점) 필리핀(121점) 인도(118점) 태국(114점) 등 신흥 중산층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었다. 미국(96) 중국(110) 일본(78) 등 주요 국가 역시 신뢰지수가 지난해보다 각각 3점, 2점, 5점이 올라 회복세를 보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소비자신뢰지수#소비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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