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구회사 해즈브로코리아의 ‘놀이터 같은 사무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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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꼼짝 마!”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해즈브로코리아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장난감 스펀지 총 ‘너프’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한국의 품질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총의 위력을 줄이고 이를 시험해보기 위해 사무실에서 종종 서바이벌 게임을 펼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해즈브로코리아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장난감 스펀지 총 ‘너프’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한국의 품질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총의 위력을 줄이고 이를 시험해보기 위해 사무실에서 종종 서바이벌 게임을 펼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바이벌 게임을 할 때나 입을 법한 보호 장비, 플라스틱 권총과 기관총….

지난달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해즈브로코리아 회의실에 직원들이 게임에나 등장할 법한 차림새로 들어왔다. 장난감 스펀지 총 ‘너프’의 한국형 제품을 개발하면서 진행했던 회의 장면을 재연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이들은 회의실 중앙의 테이블 한쪽 끝에 충격 인식 센서가 부착된 과녁을 세우더니 다짜고짜 방아쇠를 당겼다. 사람들 머리 위로 새끼손가락만 한 스펀지 총알이 날아다녔다. 놀랄 틈도 없이 이번에는 뒤에서 물총 세례가 이어졌다. 상사에게 총구를 들이대고 있던 김태정 대리가 웃으며 말했다.

“놀라셨죠? 저희는 사무실에서 이러고 놀아요.”

‘트랜스포머’ 장난감과 보드게임 ‘모노폴리’를 만든 세계 2위 완구업체 해즈브로의 한국 법인인 해즈브로코리아 직원들은 요즘 ‘유쾌한 반란’을 꾀하고 있다. 글로벌 제품 개발에 관여하고 독자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법인들이 제품 수입과 유통만 담당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들은 직급에 따른 격식을 없애고 창의적 활동을 독려한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해즈브로코리아가 본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은 3월 말하는 인형 ‘퍼비’를 완벽하게 한국어 버전으로 출시한 뒤부터다. 미국식 장난감은 한국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깼다. 이들은 키가 20cm인 ‘퍼비’와 기능은 똑같으면서 크기만 1.5m로 키운 인형 ‘예티’를 자체 제작해 홍보에 활용했다. 본사에서는 기술적으로 어렵다며 시도하지 않았던 마케팅 방법이었다.

아예 본사가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제품의 방향을 틀어버리기도 했다. 박성제 트레이드마케팅 차장은 과장 시절이던 5월 본사 부사장급 임원들이 만든 ‘아이언맨’ 모크업(제품 생산 전에 만든 모형)을 본 뒤 홍콩 지사를 통해 본사에 “안 팔릴 제품”이라고 대놓고 지적했다. 박 차장은 당시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고객들은 장난감의 액션이나 포징(캐릭터의 자세를 바꿔 연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팔꿈치와 무릎 관절이 움직이지 않으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본사는 ‘쿨하게’ 의견을 받아들였고 9월까지 ‘아이언맨’을 수정하기로 했다.

해즈브로코리아는 2008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80%대의 고성장을 하고 있다. 2015년까지 국내 완구시장에서 5위권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가족 단위 여가활동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로 했다. 장난감 총 너프는 미국에선 10대 청소년을 타깃으로 발매됐지만 한국에선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게임 규칙을 개발하고 아웃도어 업계와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새 게임 규칙을 아시아시장 전역에 전파해 서바이벌게임과 토너먼트 대회를 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우지인 해즈브로코리아 이사는 “이제 장난감도 콘텐츠로 승부하는 시대”라며 “장난감 제품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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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해즈브로코리아#완구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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