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지하 2층. 퇴근을 앞두고 한산해질 때였지만 이곳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맞은 젊은이들이 모여든 것은 삼성전자의 ‘소셜 이노베이터 미트업(Meet-up·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창의개발연구소 ‘C-Lab(Creative Laboratory)’ 공식 오픈 첫날을 기념해 이 행사를 열었다. 삼성전자 직원뿐 아니라 학생, 벤처기업가, 다른 대기업 직원 등 100여 명이 약 160m² 규모의 공간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평소 마음에 담아뒀던 사회문제를 제기하기도 했고, 새로운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대부분 서로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C-Lab은 처음부터 수다로 시끌벅적했다. 한 참가자는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 세상을 바꾸는 일에 함께 하고픈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공헌을 위해 뭉쳤다는 동질의식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시간 정도 친목을 도모한 뒤 3분 동안 자유롭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시간이 시작됐다. 홍익대 3학년 서리원 씨(22·여)는 “고철과 홍차 찌꺼기를 같이 끓이면 잉크가 되는데 이 방법을 인도처럼 공부할 여건이 좋지 않은 곳의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자”고 제안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는 인도 여행 때 ‘Give me one pen(펜 하나만 주세요)’이라고 외치는 아이들을 보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서 씨는 “잉크를 만드는 법은 인터넷에 다 나와 있지만 수많은 실험을 거쳐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했다”고 덧붙였다.
조영상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책임연구원(35)은 “전기 없이 불을 밝힐 수 있는 발전기기를 만들려고 3개월 동안 혼자서 별짓을 다 해봤는데 실패했다”며 “기본 콘셉트를 생각해 뒀으니 나와 함께 이를 만들 제작자와 디자이너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밖에 ‘물과 표백제로 만든 전구를 네팔에 보내자’, ‘지역아동센터에 저소득층 진로교육 과정을 개설하자’, ‘미아 발생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자’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발표가 끝난 뒤에는 문제의 다른 원인은 없는지, 비슷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은 없는지, 독특하고 창의적인 다른 시각은 없는지 등 아이디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조 책임연구원은 “발전기 제작에 관심 있는 분이 몇 가지 아이디어를 주고 갔다. 이번 행사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이날 행사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구체적인 사회공헌 방법이 나온 것은 아니다. 대부분 키워드를 던지는 수준에 그쳤지만 참가자들은 서로 명함을 주고받으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계속 교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재정적 지원도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로 이 같은 행사를 계속 개최할 계획이다.
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은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인재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나가기 위해 C-Lab 공식 오픈 첫날의 주제를 사회공헌으로 정한 것”이라며 “오늘을 시작으로 이곳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표출하고 꿈을 실현하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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