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이진석 기자의 Car in the Film]마지막 순간, 좋은 차 태워 보내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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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크라운’/ 오쿠리비토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는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납덩이가 내려앉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이 순간,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장례(葬禮)를 통해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를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굿바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2008년작 ‘오쿠리비토’(おくりびと)는 원제목 그대로 장의사라는 흔치 않은 주제를 다룬 영화입니다. 갑작스러운 오케스트라의 해산으로 실직한 첼리스트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 분)는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 분)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일자리를 찾던 중 ‘짧은 업무시간, 고소득 보장’이라는 솔깃한 구인광고를 봅니다. 그저 여행사이겠거니 하고 찾아간 곳은 알고 보니 상조회사. 아내에게는 비밀로 다이고는 납관사의 길을 걷습니다.

영화는 희극적인 요소로 전반을 채워갑니다. 납관 교육을 위한 비디오에 시체 역할로 출연하거나 장례 중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당황하는 주인공의 호연은 영화의 무게를 좀더 가볍게 해줍니다. 일본 기후 현 야마가타의 고요한 풍광과 히사이시 조의 잔잔한 배경음악은 여기에 차분함을 더합니다. 영화 속에서 어엿한 장의사로 거듭나는 다이고의 모습을 바라보며 관객은 자연스레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됩니다.

생전 어떤 차를 탔던, 마지막에는 운구차에 오르게 되지요. 하긴 장례에 쓰이는 차도 나름 등급이 있습니다. 오쿠리비토에 등장하는 운구차는 도요타의 대형차 ‘크라운’을 개조한 것입니다. 크라운은 한때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차의 입지에 올랐던 모델인데, 마지막 순간이라도 좋은 차를 태워 보내고 싶다는 남겨진 이들의 마음이 이 차를 운구차로 널리 쓰이게 만들었습니다.

한 가지 더, 이 영화가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는 등 화제를 끌자 일본 수제자동차 업체인 미쓰오카가 영화와 연관지어 재빠르게 신형 운구차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도요타의 준중형 왜건 ‘코롤라 필더’를 개조한 ‘미쓰오카 리무진 2-04’라는 이름의 이 차는 운구차로는 이례적으로 신차발표회까지 열었다나요.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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