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DOOR&TREND] 남대문 옷장사 맨땅헤딩…블랙야크의 시초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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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6일 07시 00분


1985년 동진레저 등산장비총판 시절의 매장모습. 등산복, 텐트, 로프 등 각종 아웃도어 제품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동진레저는 현재 블랙야크의 전신으로 강태선 회장이 1973년 남대문 시장에 등산복 점포를 내면서 시작됐다. 사진제공|블랙야크
1985년 동진레저 등산장비총판 시절의 매장모습. 등산복, 텐트, 로프 등 각종 아웃도어 제품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동진레저는 현재 블랙야크의 전신으로 강태선 회장이 1973년 남대문 시장에 등산복 점포를 내면서 시작됐다. 사진제공|블랙야크
■ 아웃도어 브랜드의 기원

강태선 회장, 무작정 상경 이모와 옷장사
스물셋 나이에 빚을 내서 ‘동진산악’ 차려

K2 정동남 회장은 매달 수입등산화 해부
연구 끝 양산 등산화 ‘로바’ 개발 큰 인기

밀레 ‘가방’ 군용 배낭으로도 실용성 인정
마무트 ‘로프’ 콜맨 ‘랜턴’ 주력으로 시작

요즘 아웃도어 브랜드는 ‘토털 브랜드’가 대세이다. 의류는 물론 신발, 배낭에 텐트와 같은 캠핑용품에 이르기까지 ‘아웃도어의 모든 것’을 만들고 판매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성경구절처럼 지금은 세계적인 명품, 베스트셀러로 인정받고 있는 브랜드들도 그 시작은 심히 소박하고 초라했다.

● K2 정동남 회장 “수입등산화 직접 해부하며 국산 등산화 개발”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강태선 회장이 두 주먹만으로 일으켜 세운 회사이다. 1970년 가난이 싫어 무작정 고향인 제주도를 떠나 상경한 강회장은 옷 장사를 하던 이모 가게에서 2년간 일했다. 청바지를 팔던 강회장은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산에서 편하게 입고 사용할 수 있는 옷과 장비를 만들어 팔기로 하고 남대문 시장에 점포를 냈다.

당시는 등산복이 체육용품을 취급하는 체육사에서 판매했기 때문에 강회장은 체육사 사장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오전에는 체육사에서 무료봉사를 하고 오후에는 옷을 만들며 구슬땀을 흘렸다.

강회장은 “남대문 시장 점포를 얻게 됐지만 보증금 50만원, 월 임대료 2만원이 없어 전전긍긍했다. 50만원은커녕 단돈 500원도 없던 시절이었는데, 다행히 한 분이 돈을 빌려줘 지금의 동진레저를 시작할 수 있었다”라고 회고한다. 1973년. 강회장의 나이 스물 셋이었다.

점포명은 “동쪽으로 가면 흥할 것”이라며 이모가 ‘동진산악’이라고 지어주었다. 동진산악은 동진레저를 거쳐 1996년 현재의 블랙야크로 거듭나게 된다.

역시 토종 브랜드인 K2는 고 정동남 회장이 1972년 미싱 3대, 기술자 6명 규모의 작은 등산화 공장을 연 것이 시초이다. 평소 등산을 즐겼던 정 회장은 국산 등산화를 만들기로 마음먹고 연구를 거듭했다. 유명 수입등산화를 사다가 한달 평균 세 켤레를 해부하며 소재, 구조, 디자인을 연구했다. 정회장의 땀과 노력으로 태어난 등산화가 국내 최초 양산 등산화인 ‘로바’다. 로바는 백화점 등에 납품되며 국내 산악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1978년 정 회장은 한국특수제화라는 공장을 열고 본격적으로 등산화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K2라는 브랜드명도 이때 탄생했다. 1985년에는 최고가 국산 수제 등산화인 ‘비브람 골드’가 선을 보였다. 당시 쌀 한 가마 정도의 높은 가격임에도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당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브람 골드를 신은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밀레 초창기 배낭. 사진제공|밀레
밀레 초창기 배낭. 사진제공|밀레

● 밀레 ‘가방’·마무트 ‘로프’·콜맨 ‘랜턴’·컬럼비아 ‘모자’가 시초

그렇다면 외국 아웃도어 브랜드는 어떨까.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는 1921년 마르크 밀레 부부가 설립했다. 프랑스 마르셀사에서 식탁보를 만들던 두 사람이 독립해 맨 처음 생산한 것은 작은 가방과 잡주머니였다고 한다. 직원 10명을 데리고 가방을 만들기 시작한 밀레 부부는 1934년 프레임이 들어간 배낭을 처음으로 개발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1940년대 초 히틀러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에게 배낭을 공급하면서 실용성을 인정받게 된 것도 밀레의 흥미로운 히스토리다.

스위스 브랜드 마무트는 로프에서 출발했다. 1862년 창립자인 카스파 타너가 스위스 렌츠부르크 부근 딘티곤에서 농업용 로프를 제작한 것이 시초다. 지금도 마무트의 등산용 로프제품은 세계적인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콜맨은 1899년 윌리엄 커핀 콜맨이 설립한 미국 브랜드이다. 콜맨의 출발은 가솔린 램프 대여업. 이후 랜턴과 난방시스템을 생산했고 자동차 보급이 늘어나던 1920년대부터 일찌감치 오토캠핑용 제품을 선보였다. 랜턴과 버너, 쿨러(아이스박스)는 지금도 콜맨 브랜드의 상징제품이다.

컬럼비아가 모자회사에서 출발한 것도 재미있다. 현 거트 보일 회장의 부모가 1938년 미국 오레건 주 포틀랜드에서 작은 모자회사를 설립한 것이 컬럼비아의 모체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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