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에 경제가 사라졌어요”, 어느 투자자의 읍소…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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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0일 1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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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증권사 MTS에 전송된 경제지 기사들. 기업 소식보다 연예 소식이 주를 이뤄 비난을 사고 있다. (빨간 박스가 연예기사들)
어느 증권사 MTS에 전송된 경제지 기사들. 기업 소식보다 연예 소식이 주를 이뤄 비난을 사고 있다. (빨간 박스가 연예기사들)
“상장된 기업의 소식이 궁금한 저같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지현 미공개 스틸’, ‘정진운 사용설명서’, ‘싸이 소맥 자격증’이 무슨 소용입니까. 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조모 씨(38)의 다급한 하소연이다. 조 씨는 도깨비뉴스에 제보하면서 길고 긴 푸념을 늘어놓았다.

오전 9시부터 3시까지 한국거래소의 장이 열리는 시간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에 약하다 보니 HTS, MTS 등의 뉴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상장사 소식이 많아야 할 ‘경제 뉴스’에 연예 소식과 함께 쓸모없는 뉴스들이 많이 생겨난 모양이다.

조 씨가 얘기하는 ‘경제 뉴스의 실태’는 이렇다.

평소에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사용하다 최근 큰 스마트폰으로 바꾸면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로 바꾸었단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증권가 뉴스에 연예 소식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다.

한 두개도 아닌 경제지들이 ‘싸이 소맥 자격증’, ‘황정음 무보정 직찍’, ‘아이돌판 사랑과전쟁2’ 등의 기사를 앞다퉈 쏟아낸다고 한다.

그래서 조 씨는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인터넷을 뒤졌다. 그런데 세상에나….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MTS에 올라온 각종 연예 기사들이 바로 포털들에 올라온 키워드 기사였던 것이다.

HTS에 전송된 경제지들의 기사도 마찬가지. (K증권사 HTS 화면 갈무리)
HTS에 전송된 경제지들의 기사도 마찬가지. (K증권사 HTS 화면 갈무리)
조 씨는 “경제지들의 개념없는 연예 기사는 장이 끝나면 더하다”면서 “사실 우리나라 장이 끝나고 나면 저 같은 투자자는 유럽 시장과 미국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거의 TV 프로그램 리뷰가 주를 이룬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물론 연예 소식이 사활을 걸고 뛰어든 주식 시장에서 휴식과도 같은 단비같은 경우도 있다”면서 “그런데 요즘은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여서 하소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 뉴스에 ‘경제’가 없다!
또 “제가 활동하는 주식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오죽하면 증권사에 항의 전화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읍소했다.

조 씨의 제보를 토대로 HTS, MTS를 확인해 봤다.

실제로 장이 열리는 시간에 상장사 소식과 연예 소식은 반반 정도로 보였다. 그리고 밤 시간대는 ‘쓸모없는’ 연예 소식이 70% 이상임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와 통화해 봤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언제부턴가 경제지들이 전해오는 연예 뉴스가 많아졌음을 느낀다”고 확인해 주면서 “경제지들의 인터넷 자회사(온라인뉴스팀을 지칭)들이 장중에 쏟아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과 HTS, MTS는 별개 아니냐”고 묻자, “그렇긴 한데 계약상 구분을 하지 않으니 대부분 전부 받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언론사에서 자체 필터링을 해줘야 할 부분이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서도 조 씨는 “증권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에서 언론사별로 받아볼 수 있는 뉴스를 선택할 수 있어도 카테고리를 선택해서 볼 수는 없다”면서 “만약 있다면 연예 카테고리를 빼면 되는데 설정을 바꿔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이 마저도 답답한 현실이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경제지들의 밤 시간대 전송된 기사는 거의 연예 기사. 시차가 다른 글로벌 시장 소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지들의 밤 시간대 전송된 기사는 거의 연예 기사. 시차가 다른 글로벌 시장 소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 증권사 관계자도 인지하고 있지만 언론사가 해줘야 할 몫!
경제지들이 쏟아내는 상장사들의 기업 소식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쏠쏠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의 실적 시즌에는 더더욱 중요하다.

기업들의 실적과 함께 특허, 혹은 대기업과의 MOU 체결 그리고 M&A 등 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뉴스들을 기다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상당하다.

증권사에 등록된 계좌 수가 무려 2000만 개를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는 중복을 제외하고 주식투자인구를 500만 명(지난해 8월 기준 520만 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렇듯 개인 투자자들에게 넘어오는 경제지들의 ‘연예 소식’은 정말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정보, 찌라시에 불과하다.

동아닷컴 김동석 기자 @kimgi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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