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낳은 도심 패션 ‘등도남’이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8일 03시 00분


눈길-빙판길 잦아지자 등산화 출퇴근족 늘어… 일상용 아이젠 판매도 급증

이상 폭설과 한파가 도심 패션까지 바꿔놓고 있다. 최근 따뜻하면서 미끄러지지 않는 등산화를 신고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부쩍 늘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상 폭설과 한파가 도심 패션까지 바꿔놓고 있다. 최근 따뜻하면서 미끄러지지 않는 등산화를 신고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부쩍 늘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출판사에 다니는 이모 씨(35)는 요즘 종종 등산화를 신고 출퇴근한다. 눈이 오는 날에 구두를 버리고 발까지 젖어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다. 그는 “시내에서 등산화를 신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산에 갔다 내려온 중년 아저씨란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시험 삼아 한번 신어보니 엄청 따뜻한 데다 미끄러질 위험도 없는 ‘신세계’였다”며 “평소에도 신을 수 있는 무난한 디자인으로 한 켤레를 더 장만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폭설과 한파의 영향으로 산에 갈 때나 꺼내 신던 등산화가 도심 패션의 핫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발이 파묻힐 만큼 눈이 쌓이거나 보도가 빙판으로 변하는 일이 잦아지자 등산화를 신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젠(얼음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등산화 밑에 덧대는 스파이크)까지 달고 도심을 누비는 ‘등도남’(등산화 신는 도시 남성)들도 크게 증가했다.

7일 신세계몰에 따르면 1월 한 달간 아이젠 판매량은 전월 대비 410%로 급증했다. 구매자들은 대부분 등산용 강철 스파이크 대신 고무로 된 일상용 아이젠을 주로 샀다. 폭설로 인한 빙판길 낙상사고를 피하려는 것이다. 신세계몰 레저스포츠 바이어 신익수 과장은 “올겨울 폭설이 잦고 빙판길이 늘면서 아이젠 판매가 급증했다”며 “눈이 내린 이달 4, 5일 주문량은 평소의 5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일상용 아이젠 품목을 2개에서 10여 개로 늘렸다.

여성 직장인들 사이에선 보온성이 높아 겨울철에 인기가 있는 어그 부츠 바닥에 아이젠을 끼우고 출퇴근하는 것도 유행이다. 오픈마켓인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아이젠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0% 늘었다. 최근에는 밑창에 아예 아이젠이 달린 신종 어그 부츠까지 판매되고 있다. G마켓 측은 “지난해 11월 첫 출시된 이후 최근 한파와 폭설이 잇따르며 판매량이 늘고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봄 여름에 주로 잘 팔리는 등산화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아웃도어브랜드 K2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등산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신세계몰의 등산화 매출도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방수 기능을 갖춘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방한 부츠는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방수 처리가 된 데다 덕다운으로 보온성을 강화한 K2의 ‘뷰트’, 노스페이스 ‘눕시부티 패딩부츠’ 등은 일부 사이즈가 품절되는 등 히트 상품으로 등극했다. 주로 여행이나 캠핑 등 겨울 레저활동을 겨냥해 출시됐지만 눈이 잦아지며 일상용으로 찾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폭설과 혹한이 이어지면서 등산제품과 일상용품으로 구분하지 않고 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상에서도 무난히 쓸 수 있는 디자인 라인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폭설#등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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