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고학력인플레… 택시기사 15%가 대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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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 중 절반가량은 4년제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직업에 종사할 정도로 학력 인플레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자 중 약 500만 명은 고등학교 졸업도 필요 없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고등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 활동을 펴온 비영리연구기관인 CCAP(Center for College Affordability and Productivity)는 최근 ‘고학력 실업의 원인’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CNN머니가 28일 전했다. CCAP는 노동통계국의 2010년 기준 고용통계와 통계국이 제시하는 직업별로 요구되는 학력 수준 등을 분석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취업자 약 4170만 명 가운데 48%인 약 2001만 명은 4년제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 직업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7%는 고졸 이하의 학력이면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었으며 11%는 준학사(2년제 대학) 학력이면 되는 일자리를 갖고 있었다.

특히 택시기사 주차관리요원 매장판매원 바텐더 웨이터 계산대점원 텔레마케터 등 고교 졸업장도 필요 없는 직종에 일하는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취업자는 약 500만 명이었다. 이 중 고학력 취업자 비율이 10%가 넘는 직종은 매장판매원(24.6%) 바텐더(16.5%) 택시기사(15.4%) 등이었다.

높은 학력이 필요 없는 직종에 취업한 고학력자의 비중은 최근 몇십 년 사이 급속하게 높아졌다. 택시기사는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취업자가 1970년에는 1%도 되지 않았으며 매장 판매원은 약 5% 정도였다.

이 같은 ‘학력 인플레’는 직업에 요구되는 학력과 4년제 대학 졸업자 수의 불일치에서 발생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이 필요한 미국 내 일자리는 2010년 현재 약 2860만 개지만 고학력 취업자는 이보다 1310만 명이나 많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노동통계국이 2020년까지 미국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꼽은 직종 30개 가운데 4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이 필요한 직업은 중고교 교사(10위) 초등학교 교사(15위) 회계사(27위) 의사(29위) 등 4개에 불과했다. 1위는 2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이 요구되는 간호사였다.

연구를 주도한 오하이오대 경제학과 리처드 베더 명예교수는 “눈높이를 낮춰 일하고 있는 고학력 취업자들이 현재는 약 2000만 명이지만 멀지 않아 30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고학력#인플레#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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