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성장]꿈·인재 키우는 한국 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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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국민의 사랑 되찾고, 세계시장의 주목 받고…


“초등학교 때까지 요리사가 꿈이었는데 영 소질이 없는 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서울대 형, 누나들과 이야기하면서 새 꿈을 찾고 싶어요.”

전남 완도군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안민준 군(1년)은 지난해 여름 처음으로 홀로 집을 떠나 서울로 가기 위해 배에 올랐다. ‘삼성 드림클래스 여름캠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3주 동안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삼성 드림클래스 여름캠프는 캠프 이름처럼 안 군 같은 학생들에게 ‘드림(dream)’을 찾아주는 시간이었다. 안 군은 “3주 동안 대학생 형, 누나들에게 배운 것들을 잘 기억해 완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의 ‘교육 사다리’


건강한 사회에서 교육의 다른 이름은 희망이다. 지금 당장 앞이 보이지 않고 막막하더라도 내일은, 어쩌면 내 아이의 삶은 좀 나을 것이라는 기대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희망이 지난 50년간 한국 사회를 성장시켜 왔고, 앞으로도 성장을 이끌어나갈 원동력이다. 교육 부문에 아낌없는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삼성그룹은 ‘드림클래스’라는 이름을 내걸고 공부하고 싶은 의지는 있지만 다양한 교육을 접할 기회가 적은 전국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놓고 있다.

지난해 2월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학기 중엔 전국 21개 도시 공부방에서 방과후 학습을 지원하는 한편 방학 때에는 ‘드림클래스 여름·겨울 캠프’로 전환해 평소 방과후 수업을 받기 어려운 농어촌 및 도서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단기 코스로 운영한다.

캠프 기간에 참가 학생들은 10명이 한 반이 돼 서울대 재학생 멘토 2명과 함께 155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영어, 수학공부를 한다. 또 자기관리 능력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자기주도 학습법 특강과 멘토링 등이 진행되며 발레 공연 및 음악회 등 다양한 형태의 재능기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그룹의 외국인 변호사 25명이 참여해 원어민 영어회화 강의를 하기도 했다.

드림클래스의 혜택은 참가 학생들뿐 아니라 강사들에게도 돌아간다. 성적이 우수한 대학생들을 강사로 뽑은 뒤 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등록금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다.

특히 강사는 영어와 수학 강의는 물론이고 중학생들이 삶의 롤 모델(Role Model)로 삼을 수 있도록 본인 스스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좇는 저소득층 출신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있다. 강사 장학금 등으로 삼성그룹은 연간 300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서준희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한 프로젝트”라며 “이 사업이 경제계 전체에 확산되기를 바라며 사업에 동참하는 기업에는 삼성이 시법사업 때 구축한 노하우를 제공하고 관련 컨설팅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문화’ 아이들도 우리 품으로

LG그룹은 4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 초점을 맞췄다. 2020년이면 청소년 5명 중 1명은 다문화가정 출신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아이들도 우리의 아이들이란 생각으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교육하자는 것이다. LG그룹 측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 자녀양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다문화가정 출신 청소년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어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이 2010년 개교한 ‘LG와 함께하는 사랑의 다문화학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사이 아이들 가운데 과학과 언어 분야에 재능이 있는 청소년에게 2년 동안 한국외국어대 또는 KAIST 교수진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무료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경쟁률이 평균 4대 1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높다.

과학인재과정은 대전 KAIST에서 1박 2일 교육과 월 2회 온라인 교육을 시키고 방학 캠프 및 국제 과학경진대회 참가 등을 통해 화학 물리 등 생활과 관련 있는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한 실험실습 교육을 진행한다. 언어인재과정은 전국 각지를 돌며 1박 2일 캠프를 하고 1년에 한 번은 해당 언어권 국가로 9박 10일 현지 연수를 보내준다. 아울러 주 1회 온라인 교육 등을 통해 폭 넓고 깊이 있는 이중언어 구사력 향상을 목표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학교 아이들은 점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과학인재과정 2기 출신인 이병찬 군, 안은지 양이 각각 경북외고, 청주외고에 합격했으며 이소은 양은 청심국제고에 합격하는 등 중학교 3학년 8명 중 3명이 특목고 진학을 앞두고 있다. 사랑의 다문화학교 1기 학생들까지 포함하면 특목고 진학 학생은 총 8명에 이른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청소년 과학 엑스포에서는 과학인재과정 학생 5명이 한국 대표로 참가해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움직이는 자동차로 ‘조직위원회상’을 받기도 했다.


교육을 통한 국가 인재 양성

3059명.

지난해 상반기까지 한국고등교육재단이 배출한 장학생 수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최태원 SK㈜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1974년 설립한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올해로 39년째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생전 “내 일생 중 80%를 인재를 모으고 육성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했을 정도로 교육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최 선대 회장은 1974년 5540만 원의 사재를 출연해 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장학사업을 펼쳐 3000명이 넘는 장학생을 배출한 민간 장학재단은 고등교육재단이 유일하다.

1974년 설립 첫해 한 명을 선발해 해외유학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재단은 이제까지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 정보통신 분야 우수 인재들을 국가의 동량으로 키워냈다. 국내 대학원 및 한학연수 과정의 장학생이 1664명(54.4%)이고 나머지 1395명(45.6%)은 해외유학 장학생이다. 이들 가운데 박사학위를 취득한 장학생은 해외 박사 457명을 포함해 555명이고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유학생 200명을 포함한 437명이 교육과정을 밟고 있다.

특히 재단은 고 최종현 회장의 뜻에 따라 장학생들에게 ‘학위를 따면 일정 기간 SK에서 일해야 한다’는 식의 조건을 일절 달지 않고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1998년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최태원 회장도 매년 홈커밍데이를 열어 장학생들을 초청해 격려하고 “이제 지식을 사회에 환원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 일조해달라”고 당부한다.

SK그룹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 ‘행복한학교 재단’은 교육청,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방과후 수준 높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10년 3월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최근에는 울산지역에서도 방과후 수업을 시작했다. 일반 교과목 외에도 특기 적성, 창의,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진단평가를 통한 수준별, 학년별, 단계별 교육 테마를 중심으로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행복한학교 재단의 방과후 교육서비스를 받는 초등학생은 전국 85개교 1만5000여 명. 강사와 사무원 등 이 과정에서 창출한 일자리도 500여 명으로 늘어났다.

SK그룹 측은 “SK는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이라는 사회공헌 철학으로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퀴즈, SK 해피스쿨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왔다”며 “앞으로 행복한학교 재단을 통해 교육, 일자리 창출 등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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