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좋은 강태공은 낚싯대 하나로 승부” 조중훈의 낚시경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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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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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트럭 한대로 ‘한진’ 창업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 대신 해운-항공 등 수송전문화 외길

《 “낚싯대를 여러 개 걸쳐 놓는다 해서 고기가 다 물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력 있는 낚시꾼은 단 하나의 낚싯대로 승부를 건다. 나는 사업을 하면서 남이 터를 닦아 놓은 곳에 뒤늦게 들어가서 낚싯대를 드리우기보다는 내가 먼저 생각한 일을 남보다 앞서 하려고 노력해 왔다. … 남들이 성공하니까 욕심을 내서 무모하게 쫓아다니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1920∼2002년)은 한국을 대표하는 수송 기업을 일군 경영자다. 조 회장은 광복을 맞은 1945년 11월 인천에서 트럭 한 대로 한진상사를 창업했다. 한진(韓進)은 ‘한민족의 전진’을 뜻했다. 물류의 중심이었던 인천을 주축으로 한 운수업과 유통업으로 조 회장은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 트럭으로 작게 시작했지만 조 회장은 궁극적으로 국제선 항공 사업을 하고 싶었다. 항공 사업에 성공하면 기업은 기업대로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고 국가적으로도 귀중한 외화를 절약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기회를 보다가 1960년 주식회사 한국항공(Air Korea)을 세우고 꿈에 그리던 항공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가 국영기업인 대한국민항공사(KNA)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의 정치적인 이유와 항공 사업 경험 부족으로 결국 이듬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베트남전을 겪으면서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기회도 잡았던 그는 1967년 대진해운을 세우고 삼성물산으로부터 동양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를 인수한다. 보험회사를 인수한 이유는 베트남에서 운송 및 하역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인력과 장비, 차량 선박의 피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손해보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보험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다. 업종으로 보면 운송과 보험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가치 창출 과정에서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무분별한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 이때부터 그의 꿈인 ‘육해공 종합 수송기업’의 틀이 만들어졌다. 이후 조 회장은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대한항공으로 키워냈다. 한국항공을 창업해 경영해 본 경험이 있는 조 회장이었기에 경영난을 겪고 있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할 수 있었다. 그는 나중에 항공기와 선박 제조(한진중공업) 사업에도 진출한다. 모두 관련된 분야였다.

그는 모르는 사업을 하기보다 수송 전문화에 집중했다. 주변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무역회사를 만들자고 권유하기도 했지만 조 전 회장은 “그들(무역회사)이 우리 비행기를 타고 우리에게 화물을 맡기겠느냐”며 반대했다. 그는 한진의 핵심 고객이 무역회사인데 한진이 무역업에 진출하는 순간 이들이 경쟁사가 된 한진을 배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sublime@donga.com
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sublime@donga.com
조 회장은 25세에 한진상사를 창업한 후 수송 외길을 걸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비관련 다각화를 일삼으며 문어발식 경영으로 기업을 확장해 온 많은 국내 대기업들 속에서 조 회장과 한진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본업과 비슷한 분야에 진출해 신규 사업을 벌이는 것을 말하는 관련 다각화가, 유통업체가 전자산업에 뛰어드는 것같이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 진출하는 비관련 다각화보다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1970년대에 리처드 루멜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이를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또 컨설팅업체 베인&컴퍼니의 크리스 주크는 2002년에 내놓은 책 ‘핵심에 집중하라’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들의 대부분은 극소수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다각화된 기업의 시장가치가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돌이켜 보면 한민족의 전진이라는 뜻의 ‘한진’만큼 경영자로서 조 회장의 철학을 잘 나타내는 단어는 없을 듯하다. 조 회장은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에 수송이 중요할 것이라 간파하고 한국이 전진할 수 있도록 육해공 모든 분야에서 입체적으로 수송산업을 일으켰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송 및 물류회사 반열에 올라왔다. 그는 입버릇처럼 말했던 ‘수송보국(輸送報國)’이란 가치를 흔들림 없이 실천한 기업가다.
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9호(2012년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데이터 활용해 고객과 공감하라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ARS(자동응답전화)에서 지시하는 대로 수차례 버튼을 눌러야만 간신히 직원과 연결되는, 짜증나는 일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한다는 목표 아래 기업들은 많은 절차를 기계에 맡겨 버렸다. 그러면서 고객과의 정서적 유대감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프로세스와 시스템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태도는 위험하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고객의 요구를 포착하고 적절히 대처하려면 고객의 요구에 좀 더 깊숙하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기술을 최적화하는 능력, 정서적 관계를 육성하는 능력 그리고 공감을 토대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 등 3가지 역량을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의 ‘강점 경영’ 분석

▼ Peter Druker is still alive


“당신의 사업은 무엇입니까?” 피터 드러커가 던진 이 한마디가 잭 웰치의 눈을 뜨이게 했다. 오늘날 GE는 여기서 비롯됐다. 이 질문은 당신 회사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즉 강점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드러커는 조직의 강점을 토대로 ‘내부의 문제를 외부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 전략이라고 했다. 강점 경영은 각자 가진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 성과를 달성해 사회 전체의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강점 경영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의 협력과 상생으로 조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드러커가 설파한 강점 경영의 의미와 방법을 자세히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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