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곳간에 현금 ‘수북’…삼성전자만 19조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3일 07시 15분


현대차·포스코·LG전자 등도 현금 급증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현금을 대량 보유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투자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곳간에는 현금이 넘쳐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인데다 국내에서도 투자 의욕을 높일 만한 유인들이 줄어들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기업들이 미래를 준비하기 보다는 현재 상황에 대처하는데 급급하다. 글로벌 위기가 끝난 이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적절한 규모의 투자를 해야 하는데 당장 살아남기 위한 방편 찾기에만 치우쳐 있다.

반면, 투자를 줄이면서 현금은 수북이 쌓아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4조 1000억 원이 넘는 현금(현금성자산 포함)이 늘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14조 6917억 원이었던 현금은 9월말 18조 8235억 원으로 급증했다. 2010년말(9조 7914억 원)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삼성전자의 시설 투자는 급감하고 있다.

1분기에 7조 7593억 원을 시설투자에 쏟아 부었던 삼성전자는 2분기에 6조 1887억 원으로 줄이더니 3분기에는 4조 5354억원에 그쳤다. 3분기 투자금액은 2010년 1분기(4조 1415억 원) 이후 10분기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LG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생산시설에 1조 1280억 원을 투자해 올해 연간 목표인 1조 60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에 반해 현금은 올해 들어 9개월새 3164억 원이 늘어 2조 6618억 원이 확보됐다.

현대자동차도 현금이 2010년 말 6조 2158억에서 작년 말 6조 2319억으로 소폭 늘었다가 올해 9월말에는 7조 4716억으로 급증했다. 9개월새 1조 2397억 원 증가한 것이다.

기아차도 작년 말 2조 341억에서 9월말에는 2조 5257억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차의 설비투자는 9월 현재 1조 5000억 원, 8000억 원 수준으로 작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의 현금 보유 규모도 5조 1236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5250억 원 많아졌다.

이처럼 기업들의 현금이 늘어나는 것은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져 재고가 급격히 늘게 될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만큼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위기대응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향후 자금 융통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미리 유동성을 쌓아 둘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지나치게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투자를 줄이는 것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게을리 하다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기침체에 대비해 우선적으로 투자를 감소하겠다는 자체 설문결과를 소개하고 투자활성화를 위한 환경조성과 구조적장애요인 제거 등을 제기했다.

<동아닷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