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hampion]“세계로 달리는 한국車, 도장은 우리 로봇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3일 03시 00분


■ 로봇시스템 업체 ‘두림로보틱스’ 박상백 사장

경기 화성시 두림로보틱스 모듈화 공장. 이 회사는 별도의 교육센터를 운영해 연간 500∼600명의 기술자에게 이론 교육과 현장 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두림로보틱스 제공
경기 화성시 두림로보틱스 모듈화 공장. 이 회사는 별도의 교육센터를 운영해 연간 500∼600명의 기술자에게 이론 교육과 현장 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두림로보틱스 제공
‘더 큰 미래를 향하여.’

경기 화성시에 있는 두림로보틱스 교육센터.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벽면에 파란색으로 새겨진 이런 문구가 눈에 띄었다. 2009년 설립한 이 교육센터는 직원들에게 자동차 도장(塗裝·도료를 칠하는 것)로봇을 조작하는 데 필요한 이론을 가르치는 곳이다. 고객회사 직원들을 포함해 한 해 평균 500∼600명의 기술자가 여기서 교육을 받는다.

지난달 30일 만난 박상백 두림로보틱스 사장(50·사진)은 “도장로봇과 관련된 기술사관학교를 세우는 것이 개인적인 꿈”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있을 때마다 기술자를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사관학교를 통해 안정적인 인재 풀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두림로보틱스는 주변 고등학교에 방문 견학을 허용하고, 부경대 공업화학과(옛 도장공학과)에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산학(産學)협력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박 사장은 “다음 주 교내 로봇 동아리에 소속된 고등학생들이 회사를 견학하기로 했다”며 “어떤 것부터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 도장로봇 산업의 꽃, 자동차

박 사장은 1993년 다니던 도장기기 회사를 그만두고 회사를 세웠다. 앞으로 도장 사업에서 자동화가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5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두림로보틱스는 자동차 부품 외에 냉장고, 에어컨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일을 맡았다. 그는 “다양한 경험은 기술을 축적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박 사장은 주력 사업으로 자동차 도장을 택했다. 자동차는 단순 외관 외에도 범퍼 등 부품을 도장하는 일이 많아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른 제품에 비해 자동차는 외관에 굴곡이 많아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도 구미를 당겼다. 박 사장은 “일단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군소업체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높은 진입장벽이 문제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 거래처를 고집하는 바람에 두림로보틱스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그래서 국내 자동차업체 대신 상하이자동차, 만리장성(GW)자동차 등 중국 업체와 거래하는 우회 전략을 폈다. 박 사장은 “당시 우리에게 시급했던 것은 브랜드 파워보다는 경험이었다”며 “상대적으로 요구 조건이 낮은 중국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며 힘을 키워갔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쌓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2003년부터는 국내 자동차 업체에도 테스트용 로봇을 납품했다. 높은 장벽 사이로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 국산 자동차와 함께 성장하다

두림로보틱스는 2005년 기아자동차와 납품계약을 맺고 공식적으로 거래하기 시작했다. 듀어코리아, ABB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의 도장로봇을 쓰던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점차 기술력은 비슷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춘 두림로보틱스를 찾기 시작했다. 기아차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GM 등과 계약을 맺었다. 사업 시작 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한 해 매출이 200억 원을 넘어섰다.

두림로보틱스는 2000년대 후반 다시 한 번 비약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이 잇따라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서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 등에 제품을 납품했다. 국내 업체들의 브랜드 파워가 강해지면서 두림로보틱스의 인지도 또한 높아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도 새로운 수요가 생겨났다. 2005년 200억 원대였던 매출은 지난해 852억 원으로 성장했다. 1년 평균 로봇 공급 실적도 2005년 130여 대에서 지난해 280여 대로 늘었다. 박 사장은 “올해는 900억 원대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 사장은 “아시아 최고의 도장로봇 업체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시아는 중국 외에도 인도, 중동 등 발전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 많고 다른 지역에 비해 기술이 낙후돼 로봇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연구개발(R&D)을 통해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화성=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두림로보스틱스#도장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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