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자회사 KTH에서 스마트폰용 얼굴 인식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최유성 팀장(39)은 최근 새로운 명함을 지급받았다. 새 명함에는 ‘팀장’ 대신 ‘푸딩얼굴인식 대표’라고 적혀있다. KTH가 최 팀장이 이끄는 팀을 사내 벤처로 키우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팀원과 파트너들이 대표라고 부르는 게 아직 어색하다”면서도 “이전과 달리 내 사업을 책임지고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든다”고 말했다.
KTH는 이달 초 푸딩얼굴인식 외에 △푸딩·갤러리 △아임IN △114전국전화 △모바일게임 팀에 사내 벤처제도를 도입했다.
각 팀장들은 대내외적으로 대표로 활동하며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예산 집행도 할 수 있다. 적게는 5∼6명, 많게는 20명 안팎의 인력도 독자적으로 관리하는 등 인사권도 행사한다.
각자 맡고 있는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일도 이들의 임무다. 푸딩얼굴인식은 회사가 보유한 얼굴 인식 관련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발굴하고 있다. KTH는 벤처캐피털처럼 각 벤처에 자금을 투자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KTH의 조직 개편은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가 운영했던 포털 ‘파란’은 네이버, 다음 등에 밀리면서 7월 말 사업을 접었다. 이에 따라 몇몇 팀과 프로젝트를 시범 케이스 삼아 모바일 전략을 세워보기로 한 것이다.
포털 ‘네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도 최근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달 말까지 200여 명을 구조조정한 데 이어 포털, 검색, SNS, 메신저 등 4개 사업부문을 2개 본부로 개편했다. 1본부는 싸이월드와 메신저를, 2본부는 검색과 포털을 담당한다. 1000만 명이 내려받으며 인기를 얻은 카메라 앱 ‘싸이메라’를 개발한 소셜카메라 태스크포스(TF)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본부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KTH나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실험이 성공하려면 험난한 산을 넘어야 한다. 현재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66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룬 상황이며, 네이버와 다음도 각각 ‘라인’과 ‘마이피플’을 통해 모바일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KTH 관계자는 “이미 효과적인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이나 라인을 따라가는 ‘미 투(Me too)’ 전략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며 “우선 틈새를 공략해 새로운 시장을 연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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