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취업자 증가폭 ‘뚝’… 취업 빙하기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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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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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L자형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취업자 증가폭이 대폭 감소하는 ‘고용 빙하기’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들이 저성장에 대비해 투자를 대폭 줄이면서 일자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서다. 특히 대기업들까지 구조조정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어 내년 고용 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내년에 ‘고용 빙하기’ 오나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취업자 증가폭은 매년 30만 명 이상을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3.6%로 높지 않았는데도 2004년 이후 7년 만에 40만 명을 넘었고 올해 역시 취업자 증가폭이 지난해보다 커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예측하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고용 호조’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민간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내년 취업자 증가폭이 30만 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저성장시대에 대비해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2013년 국내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성장률을 3.3%로 전망하면서 취업자가 28만 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예상하는 올해 취업자 증가폭(43만 명)보다 34.9%나 감소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취업자 증가세를 이끌던 건설업과 자영업의 부진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과 자영업은 고용유발효과가 다른 업종보다 높은 편이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 취업자 증가폭이 30만 명대 초반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고용증가폭이 컸던 것은 은퇴한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대거 창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저성장이 장기화되면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제조업 취업자 수도 정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8만 명도 경기회복을 전제로 예측한 수치”라며 “회복 정도에 따라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대기업도 너도나도 구조조정

신규 투자와 채용을 줄일 뿐 아니라 구조조정까지 단행하는 기업이 최근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1973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신용등급이 BBB+로 하락한 포스코도 최근 계열사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9월에 국내 5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내년에 설비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의 비율은 15%로 지난해(29.6%)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7.6%)도 줄이겠다는 기업(9.4%)보다 적었다.

청년 고용은 전망이 더 어둡다.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대 취업자는 지난해 9월보다 5만6000명 줄며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년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드는 중소기업들도 대기업 투자 축소에 따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에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류재우 국민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중국의 경기가 다소 호전되고 있어 고용상황을 개선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에 따른 경제, 고용정책의 불확실성과 기업의 채용 의지를 떨어뜨리는 각종 규제를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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