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은 품귀, 중대형은 미분양 속출… 한국 주택시장, 일본 닮아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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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금융 경영연구소 진단

미혼인 회사원 김모 씨(31)는 독립하기로 마음먹고 회사 근처의 56m² 아파트를 소개받았다.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의 임차료는 모아둔 돈이 많지 않은 김 씨지만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씨가 일주일 뒤 계약하러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갔을 때 이 아파트는 없었다. 중개업자는 “이미 다른 사람이 계약했다”며 “부동산경기가 침체여도 소형 아파트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소형 주택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앞으로 5년 동안 30∼54세가 가장인 4, 5인 가구는 급속도로 줄어 중대형 주택을 분양하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주택시장이 고령화와 주택 소형화를 겪은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 소형주택 갈수록 품귀

18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가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거규모 축소 가능성 진단’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7년 총가구 수는 1795만 가구에서 1919만 가구로 124만 가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전용면적 60m² 이하 소형주택에 살 것으로 예상되는 가구는 75만 가구로 전체 증가분의 6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1, 2인 가구 수가 크게 증가한 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2007∼2011년) 분양한 소형주택은 38만 채에 그쳐 소형주택의 공급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월세 가구비중이 2010년 전체의 21.2%로 2005년(18.7%)보다 증가한 추세는 더욱 강화돼 월세 비중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연구소는 예상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가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소형 선호도가 커지면서 일본처럼 국내 주거면적 증가율도 둔화할 것으로 나타났다. 2005∼2010년 수도권의 평균 주거면적 증가율은 1.1%로 2000∼2005년(7.8%)보다 크게 꺾였다. 국내 수도권의 평균 주거면적은 2010년 64.4m²로 이미 일본 수도권인 도쿄도의 2008년 63.9m²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기경묵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도쿄도의 평균 주거면적은 2003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한국도 주거면적의 ‘다운사이징’이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형은 향후 5년간 팔기 힘들 듯

2013∼17년 전용면적 102m² 이상 대형주택이 필요한 가구는 10만 가구 증가하는 데 그쳐 전체 증가분의 8%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주요 수요층인 4인 이상 가구가 5년 동안 64만 가구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형주택 갈아타기에 관심을 보여 온 30∼54세 가장의 4∼5인 가구는 2010년 379만 가구에서 2017년 309만 가구로 70만 가구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최근 5년간 분양된 대형 아파트가 25만 채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5년간 대형 주택 수요는 이미 분양된 대형주택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미분양 아파트 떨어내기가 한동안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소형 아파트#한국 주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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