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hampion]“병원 가운-침구에도 한땀 한땀 장인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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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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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순자 보광직물 대표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사 가운과 침구류가 대충 재단한 흰 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죠. 디자인부터 원단 선택은 물론이고 봉제까지 ‘한 땀 한 땀’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일입니다.”

차순자 보광직물 대표(58·사진)의 목소리에서는 장인(匠人)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졌다. 보광직물은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원사를 수입해 직접 제직, 가공한 뒤 봉제해 자체 브랜드로 파는 직물회사다. 주력 품목은 병원용 리넨 제품으로, 국내 종합병원 30여 곳에서 이 회사가 만든 유니폼과 침구류를 사용한다. 의사복, 간호사복, 산모복 외에도 운동복, 캐디복, 작업복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지금은 직원 70여 명에, 연간 매출액 200억 원을 올리는 잘나가는 여성 기업인이지만 그의 인생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고등학교 때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 어린 나이에 가장의 역할을 맡아야 했다. 대학 진학은 언감생심. 1974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판매 여사원으로 취업했다. 4년 뒤 독립해 대구 서문시장에 ‘민영상사’라는 직물가게를 열었다. 그는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다 돈을 버는 재미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고 말했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시련이 닥쳐왔다. 2002년 절친한 친구의 사업을 돕는다며 26억 원짜리 수표에 이서한 것이 잘못돼 결국 부도를 맞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2003년 4월 보광직물로 새롭게 도전했다. 직원들과 함께 땀 흘린 결과 2010년 5월 대망의 석탑산업훈장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7월에는 대구시 스타기업에도 선정됐다.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상투적일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시장조사를 위해 디자이너와 기획인력을 해외로 파견하는 것이나, 2008년 3월 온라인 쇼핑몰 ‘에브리(www.evri.co.kr)’를 연 것이나 중소기업으로서는 흔치 않은 도전임은 분명해 보였다. 차 대표 자신도 인사관리 기법, 혁신 리더십 등을 배우기 위해 지난해 계명대 경영학과 야간 과정에 입학해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그는 “섬유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쉼 없는 도전으로 보광직물을 통해 섬유산업의 밝은 미래를 증명하겠다”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차순자#보광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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