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실수로 정유사에 환급액 98억 더 물렸다 정정
에너지-자원개발 전문성 부족… 부실감사 잇단 논란
감사원이 단순한 계산을 잘못해 기업에 약 100억 원의 환급금을 더 내라고 했다가 기업이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이를 정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에너지·자원 개발 공공기관의 자주개발률 성과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는 등 전문성 부족으로 일부 분야의 감사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항공유 납품 대가로 국내 4대 정유회사에 과다 지급한 863억 원을 돌려받으라고 지난달 24일 방위사업청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4대 정유사 중 한 곳인 A사에 262억 원을 반환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98억 원은 감사원의 계산 실수로 잘못 더해진 것이다.
감사원은 부풀려진 항공유 공급가격을 계산하기 위해 조사 대상 기간인 2007∼2011년 방사청이 매달 정한 입찰기준가에 A사의 낙찰가율 0.97(97%)을 곱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간의 경우 0.97이 아니라 100배인 97을 곱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또 A사가 중간에 항공유를 공급하지 않은 때도 있지만 계속 공급한 것으로 계산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방사청이 제공한 자료를 사용해 계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A사 측은 “잘못 계산된 98억 원을 정정해 달라고 방사청을 통해 감사원에 요청했다”며 “최종 환급요청서에는 이를 빼고 수정된 금액(164억 원)이 나왔다”고 밝혔다. 다른 정유 3사는 이런 계산 착오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 4사는 이번 일과 별도로 ‘환급금 산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소송을 준비 중이다. 방사청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석유 완제품 가격에다 정유사가 이를 국내로 들여오는 운임 등 물류비를 포함시켜 국제기준에 맞게 입찰 기준가를 정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정유사가 석유 완제품을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원유를 수입해 국내에서 정제하는 만큼 물류비 등 실제 발생하지 않은 비용을 포함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유사는 “석유제품 시장이 개방된 만큼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수입 때 드는 부대비용을 포함해 결정한다”며 “방사청 입찰가는 같은 시기 다른 곳에 공급한 가격과 비교해도 최저가여서 정유사가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특히 에너지 및 자원개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감사가 무리하다는 지적은 수차례 제기됐다.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임기를 두 달 앞두고 6월 돌연 사퇴했다. 당시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자주개발률(국내 자원 총사용량 중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해외에서 확보한 양의 비율)을 높이는 데만 치중했고 실제 국내로 들여와 원유 수급을 원활하게 한 실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전 사장은 “자원개발회사가 지구의 절반을 포기하라는 말이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경제성을 고려해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지역만 개발하면 사업이 가능한 지역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국내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오일 메이저와 경쟁 자체가 힘든 한국 기업이 입맛대로 개발지역을 선택하기는 힘들다”며 “과거 오일쇼크 같은 비상 상황을 감안해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다양한 지역에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도 2008년 감사보고서에서는 자주개발률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나 정부가 해당 분야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감사에 나서면 기업은 인력과 비용을 쓰면서 대응하느라 본업에 전념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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