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뽑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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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아랍에미리트의 국적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 디자이너로 입사한 조소영 씨(26·여)는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미술학도이지만 다른 친구들과 달리 아일랜드로 2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등 어학 공부에 공을 들였다. 조 씨는 “어릴 때부터 여행을 좋아했던 터라 한국이 아닌 세계를 무대로 일하고 싶었다”며 “한국인 디자인 인력을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망설임 없이 중동행 비행기를 탔다”고 말했다. 조 씨는 중동에서 일을 하며 영어와 독일어를 익힌 후 루프트한자 같은 독일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
수년 전만 해도 해외 비즈니스 시장에서 한국인은 어학 때문에 반쪽짜리 전문가라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경제 성장과 함께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한국 인재들이 국제사회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다양한 해외경험으로 쌓은 어학실력도 다른 아시아 인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갖게 했다.

6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공단에 접수된 구인 요청 건수는 2008년 3152건, 2009년 3839건, 2010년 5227건, 2011년 5564건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올 들어 전 세계적인 경기 위축에도 한국 인재를 찾는 해외 기업들의 발길은 줄어들지 않아 7월 말 현재 3367건에 이른다.

한국과 일본 간 외교적 마찰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들은 방한해 입사설명회를 할 정도다. 연 매출액이 20조 원을 웃도는 일본 굴지의 중공업 기업 IHI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사전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면접전형을 치렀다. IHI는 2008년 이후 매년 한국 대졸 취업자를 뽑고 있다. 이 회사가 한국 인재 채용에 나선 이유는 한국에 지사가 있어서도 아니고 한국 시장을 겨냥해서도 아니다. IHI 관계자는 “다양한 글로벌 인재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일본 청년들과는 달리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한국 인재의 매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대표적 모바일 회사인 디엔에이(DeNA)는 한국 대졸 구직자를 대상으로 엔지니어를 뽑고 있다. 컴퓨터 부품회사인 히타치 역시 일본 내 숙박을 제공하며 한국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2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는 일본 대기업들이 참가해 한국 청년을 선발하는 ‘저팬 커리어 프로젝트 2012’ 행사가 열린다.

정보기술(IT) 분야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진 한류 열풍은 한국 인재의 장점을 부각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산업인력공단에 접수된 해외 구인은 건설이나 토목 분야에 집중됐다. 그러나 올해는 한식요리사나 뷰티전문가, 상품기획자, 디자이너 등 서비스업 관련 직종이 전체 구인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달라졌다. 서비스업과 관련된 구인이 많다 보니 여성의 해외취업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2008년 691명이던 여성의 해외취업건수는 지난해 2258명으로 226% 늘어난 데 비해 남성의 해외취업건수는 같은 기간 743명에서 1799명으로 14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예전에는 한국인만의 성실성, 근면성을 봤다면 요즘 해외 취업은 열정과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류 열풍은 인재상에서도 ‘코리안 스탠더드’를 형성해 한국 청년들의 일자리 영토를 넓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선길 잡코리아 이사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가 주목하는 1등 제품을 만들어 내면서 해외에서 한국 인재를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며 “케이팝(K-pop·한국 대중가요)에서 보여준 창의력과 센스,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하는 리더십, IT 제품 개발에서 입증된 스피드가 한국 인재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인력공단은 해외 취업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반영해 다음 달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해외취업박람회를 연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국가별#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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