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역발상의 힘… 골칫거리 유해자원도 잘 쓰면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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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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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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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어떤 문제의 원인이 되는 유해 자원을 발견하면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 유해 자원을 뿌리째 뽑아 없애버려야 한다는 쪽으로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엔 이와 반대되는 생각을 통해 혁신을 이뤄낸 사례들도 많다. 초고속 어뢰, 아이스 와인 등은 모두 유해 자원을 창조적 혁신의 밑거름으로 활용한 예다.

○ 공동현상 이용한 초고속 어뢰 ‘시크발’

잠수함에서 가장 큰 소음원은 프로펠러다. 프로펠러가 돌아갈 때 주위에 생기는 공기방울이 시끄러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프로펠러가 고속으로 회전하면 주변의 유체(流體) 속도가 높아지면서 압력이 낮아지게 된다. 그러다 일정 수준(포화압력) 이하로까지 압력이 떨어지면 급기야 프로펠러 주변의 물이 기체(수증기)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공기방울이 터지면서 큰 소음이 발생한다. 과학 용어로 이를 공동현상(空洞現象)이라고 부른다.

공동현상에 따라 발생하는 소음은 잠수함의 존재를 노출시키는 주범이 된다. 많은 과학자들이 프로펠러에서 이 현상을 없애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의 연구를 진행하는 과학자들이 있었다. 즉, 공동현상이라는 유해한 현상을 오히려 어뢰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데 적용해 획기적인 무기를 개발한 것이다. 바로 러시아 과학자들이 개발한 초고속 어뢰 ‘시크발’이다.

어뢰는 잠수함이나 군함이 물속의 적을 공격할 때 쓰는 무기다. 쉽게 말해 물속을 ‘날아서’ 가야 한다. 물속을 날아서 가는 만큼 저항 때문에 대기 중을 날아가는 미사일이나 포탄에 비해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 그런데 만약 어떤 어뢰의 속도가 일반 어뢰의 속도보다 5배 정도 빠르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잠수함이나 군함도 그 어뢰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일반적인 어뢰는 추진을 위한 가스를 진행 방향의 후면으로만 분출시킨다. 반면 시크발은 진행 방향 앞쪽으로도 추진 가스의 10% 내외를 돌려서 분출시킨다. 전면으로 분출된 가스는 공동현상에 의해 공기층을 추진부 전면에 만들어 주고 이 때문에 추진체 표면에 가해지는 마찰력이 크게 줄어든다. 결국 기존 어뢰가 물속을 헤엄쳐 가야 했다면 시크발은 마치 물속에서도 공기 중을 날아가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갖는다. 덕분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다.

○ 아이스 와인의 유래

아이스 와인은 디저트 와인으로 고가에 판매된다. 이 와인의 유래와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한 포도밭에 서리가 내려 포도가 얼어버렸는데 이 포도가 아까워 얼지 않은 부분만 골라 와인을 만들었더니 당도가 대단히 높은 아이스 와인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언 포도’라는 유해한 자원의 잘 보이지 않는 속성 중 하나는 ‘얼지 않은 부분’이다. 이 얼지 않고 멀쩡하게 남아 있는 부위에는 포도의 당분이 몰리게 된다. 소금물을 얼릴 때 언 부분은 소금 성분이 줄어들고 얼지 않은 부위에 소금 성분이 농축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아이스 와인을 처음 만든 사람들이 이러한 과학 지식을 갖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늦게 수확해 얼어 있는 포도의 얼지 않은 부분을 유익하게 활용하고자 노력한 끝에 결과적으로 가장 당분이 많이 농축된 부분을 활용할 수 있게 됐으며 결국 달콤한 와인이 탄생했다.

○ 유해 자원도 혁신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유해 자원은 보통 사람들에게 골칫거리로 여겨지지만 시각을 달리하면 강력한 혁신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준비된 마음과 자세를 가진 이들에게 유해 자원은 전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유익한 자원으로 돌변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한계로 발생한 문제 상황을 유리하게 변환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때로는 훌륭한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송미정 삼성전자 VIP센터 부장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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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유해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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