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 SC銀, 2000억 중간배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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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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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실질 순익보다 많아… 금감원 “1000억이상 곤란” 권고에도 강행뜻 비쳐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거액의 중간배당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31일 “SC은행에서 2000억 원을 배당하겠다고 통보해서 배당 액수를 줄이라고 권고했다”며 “2000억 원은 SC은행의 실질적인 상반기(1∼6월) 당기 순이익(1229억 원)보다 많은 액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SC은행은 1500억 원 이상 배당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반면 금감원은 1000억 원 이상은 어렵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SC은행이 자신들의 뜻대로 배당을 강행하면 금감원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에 따라 배당 성향(배당금 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이 100%가 넘는, 즉 벌어들인 수익보다 배당액이 더 많은 ‘초(超)고배당’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 금융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초고배당은 국내 기업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SC은행이 벌어들인 수익보다 많은 액수를 배당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배경은 장부상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500억 원이 넘기 때문. 이 은행의 경우 지난해 금융당국의 지도로 쌓아둔 대손준비금 가운데 일부를 올해 이익에 환입하면서 회계상 당기순이익이 2528억 원으로 늘었다.

2005년 영국 SC그룹에 인수된 SC은행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500억 원을 배당했다. 이 중 1810억 원이 영국 SC그룹으로 들어갔다.

리처드 힐 SC은행장은 지난해 고배당에 대한 비판여론이 제기되자 “재무건전성이 견실한 상태에서 남은 여력으로 배당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SC은행 실적은 최근 들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SC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22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23억 원)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특히 2분기(4∼6월)에는 17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외국계 은행들의 고배당 논란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지적돼 왔다. 금융당국이 고배당 자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외국계 은행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다. 씨티은행은 2010년 1002억 원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중간 배당 금액으로는 최대규모인 1299억 원을 중간배당했다.

외환은행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벌어들인 4조6628억 원의 순익 중 당시 대주주였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2조2055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반면 2011년 4대 금융지주의 배당 성향은 20%대 이하였다. 신한금융지주가 20.3%로 가장 높았고 하나금융은 11.8%, KB금융은 11.7%를 나타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은 9.4%였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배당액은 은행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맞지만 과도한 배당은 은행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대외 환경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내부 유보금을 충분히 쌓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중간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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