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진 세입자, 5년새 71%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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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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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주거환경 좋은 곳 살고 싶지만… 부동산 침체에 구입 머뭇

6년 전 서울 외곽지역의 아파트를 구입한 황모 씨(38). 그는 지난해 자기가 살던 집을 전세로 놓고, 서울 서초구에 전세아파트를 얻었다. 전세보증금 차액만 2억 원에 달했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갈 자녀를 위해 교육 환경이 좋다고 판단된 곳으로 옮긴 것이다. 황 씨는 “무리해서 대출을 받으면 집을 살 수도 있었지만 집값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에 전세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 집’을 갖고도 남의 집에서 전·월세를 사는 소위 ‘무늬만 세입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분기(4∼6월) 부동산시장 동향’에 실린 보고서에서 “소유 주택과 거주 주택이 일치하지 않는 가구 수가 2005년 67만7692가구에서 2010년 114만235가구로 70.8% 늘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도시지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2010년 기준으로 수도권의 전체 가구 수 가운데 자가 주택을 가진 세입자 가구 비율은 9.3%로 2005년 5.5%보다 3.8%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10가구 중 1가구가 자기 집이 있어도 전·월세로 ‘남의 집’에서 살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비(非)수도권에서는 자가 주택을 가진 세입자 비율이 2005년 3.3%에서 4.4%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도시 지역인 ‘면(面)’에서는 이 비율이 2005년 3.8%에서 2010년 2.7%로 오히려 줄었다.

자가 주택을 가진 세입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34.6%)였다. 이어 경기 과천시(34.4%) 서울 서초구(31.2%) 경기 성남시 분당구(29.5%) 순이었다. 비수도권에서는 대구 수성구(18.9%) 부산 해운대구(15.3%) 대전 유성구(15.3%) 등지에서 비율이 높았다.

이런 자가 주택 보유 세입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 하락세가 지역과 주택 종류에 관계없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집값 상승을 주도해 왔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3.3m²당 3000만 원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는 7월 현재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3.3m² 기준)이 3017만 원으로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2006년 4월 처음 3000만 원대를 돌파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2010년 2월 3599만 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줄곧 내림세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소장은 “이르면 다음 달 중 3000만 원이 무너질 수 있다”며 “3000만 원이 깨지면 전체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집값 하락세는 비(非)강남권과 전용면적 60m² 이하 소형 아파트, 단독주택 등으로도 번져가는 추세다. 1기 신도시의 대표주자인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는 최근 3.3m²당 1000만 원대 이하의 중대형 아파트 매물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단독주택 매매가가 전달보다 0.1% 떨어졌다. 2010년 8월(―0.2%)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보인 하락세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자가 주택#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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