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KB국민은행장은 지난달 26일 스마트폰뱅킹 서비스인 ‘스타뱅킹’ 가입자가 400만 명이 넘은 것을 기념해 KB금융그룹 전 직원에게 피자를 돌렸다. 피자 값만 대략 1억5000만 원이 드는 ‘피자 파티’였다. 그만큼 금융그룹 차원에서 역량을 모아 스마트폰 고객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벤트였다.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스마트금융 시장의 선점을 위해 ‘스마트금융’ 추진조직을 신설하고 고객의 다양한 자산관리 수요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금융서비스와 미래지향적이고 전자통신 친화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박차를 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었다.
신한금융그룹에서는 4월 ‘신한 스마트 이노베이터스’라는 그룹 차원의 조직을 만들었다. 지주회사를 비롯해 은행, 카드, 생명 등 그룹 내 스마트금융 전문가를 모아 총 32명으로 조직을 꾸렸다.
이처럼 최근 금융권에서는 스마트폰 고객을 유치하고 ‘스마트금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올해 5월 기준으로 27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올 연말까지 35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뱅킹 이용 고객도 14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나 금융권에서는 이를 선점하기 위해 차별화된 앱을 비롯해 금융상품, 전자화폐, 스마트 브랜치, 스마트 상담센터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 KB금융그룹, 400만 고객이 우리 편… 오픈뱅킹 시스템으로 보답
KB금융그룹은 국민은행을 ‘스트라이커’로 내세우고 증권, 카드 등 계열사에서 뒷받침하면서 전방위적인 스마트금융 선점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처음으로 MS 윈도 이외에도 다양한 PC운영체제, 웹브라우저, 스마트기기에서 사용이 가능한 ‘오픈뱅킹 시스템’을 개발해 어느 기기에서나 PC와 동일한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 특성을 활용해 고객친화적인 상품을 내놓은 것도 특징이다. 20, 30대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금융상품에 게임요소를 접목시킨 ‘KB Smart폰 예적금’에는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약 2조 원이 예치돼 있을 정도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금융상품을 접목한 ‘KB 드림톡적금’도 현재까지 약 6만5000명의 가입고객을 유치했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8월 서울 여의도 IFC빌딩에 스마트지점을 열 예정이다.
KB투자증권은 2010년 2월 증권업계 최초로 스마트폰용 주식 트레이딩 앱을 내놓을 정도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실시간 알림기능을 탑재해 목표가에 도달하거나 주문체결 등 중요한 상황에서 이용자가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국내외 장 마감 뒤 주요 지수 정보를 요약 제공해 앱을 실행하지 않고도 시장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KB생명도 올해 3월 ‘스마트창구’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보험계약 조회와 보험료 입금 및 출금, 보험계약대출 조회 등 기능을 제공한다. ○ 신한금융그룹, 창구직원 없는 스마트지점… 터치스크린으로 통장발급도
신한금융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고객의 모바일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신한 모바일 UX(User Experience) 가이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금융 관련 상품과 서비스 앱을 내놓을 때 고객의 행동습관을 고려해 화면이나 디자인을 설계해 편의성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전담조직인 ‘신한 스마트 이노베이터스’를 신설한 것을 포함해 그룹 차원에서 스마트금융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창구직원이 없는 스마트 브랜치인 ‘S20 스마트존(Smart Zone)’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앞에 열었다. 스마트지점은 영업점보다 자동화기기(ATM) 거래 비중이 높은 20대 고객들에 맞춰 특화했으며 일반 지점과 달리 대학생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고객 스스로 터치스크린을 통해 체크카드를 발급받거나 예금통장을 개설하고 인터넷뱅킹을 신청하는 등 다양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는 은행 직원과 화상상담을 통해 예금 적금 펀드 등의 상품도 가입할 수 있다.
신한카드의 ‘스마트 신한’ 앱은 6월 말 현재 다운로드 횟수가 224만 건에 이른다.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대부분을 앱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콘텐츠를 확대했으며 기본적인 조회와 현금서비스 등 각종 금융 서비스는 물론 이고 맞춤형 개인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 게 인기 요인이다. ○ 우리금융그룹, 확실한 선택과 집중 전략… 태블릿PC 전용 서비스도
우리금융그룹의 스마트금융시장 전략은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신중한 편이다.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강구해야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수익성이 일부 검증되거나 채널코스트 절감, 미래고객 확보 등을 위해 시장에 진입할 필요가 있는 시점을 선별해 ‘올인’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서비스가 스마트폰만 있으면 우리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출금할 수 있는 기능을 담은 앱 ‘당근easy뱅킹’이다. 명칭부터 딱딱한 이미지 대신 ‘당근이지’라는 유행어를 차용했으며 조회, 이체, 현금출금이 스마트뱅킹 거래의 9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단순화시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명칭과 아이콘은 당근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이 우리 몸 안에 들어와 비타민A로 변해 몸에 유익한 여러 효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고객에게 꼭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고 귀엽고 빠른 토끼처럼 빠르고 편리한 뱅킹임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올 초에는 태블릿PC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좀 더 넓은 화면에서 편하게 은행거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태블릿PC 전용 ‘원터치개인’, ‘원터치기업’도 내놓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 달 안으로 20, 30대 고객이 많은 대학가 주변에 스마트 브랜치 2곳을 개설할 예정이며 광주은행은 9월 중에 지방은행 최초로 1개 지점의 문을 열 계획이다. ○ 하나금융그룹·외환은행… 외환+하나, 장점만 모아 스마트고객 확보 나서
하나금융그룹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을 주력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1월 말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송금과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선불 충전형 전자지갑 ‘하나 N Wallet’ 앱을 내놓았다.
‘스마트폰 속의 지갑’을 지향하는 콘셉트와 ‘선불 충전 화폐’라는 금융서비스를 접목시킨 것으로 모바일 상거래 수단의 편리성을 강화했다. 일단 먼저 돈을 내고 전자화폐를 충전한 뒤 사용하면 된다. 하나은행 계좌가 있으면 손쉽게 직접 충전을 할 수 있고 일정 금액을 자동으로 충전할 수도 있다.
하나은행은 또 영업점 방문 없이 화상 및 채팅상담으로 금융상품 상담 및 가입, 종합재무상담 등 다양한 스마트금융 서비스를 지원하는 ‘스마트 N센터’를 7월에 열었다.
외환은행은 자사의 강점을 이용해 유학생 맞춤 금융상품 앱과 환율정보 제공을 통한 사이버환전 등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특히 올해 4월 개발된 ‘외환 글로벌 뱅킹’ 앱은 한국어와 11개 외국어로 제작된 스마트폰뱅킹 서비스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금융 거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다문화가정을 배려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리랑카어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몽골어 네팔어 필리핀어 방글라데시어 등의 외국어가 서비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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