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대출계약서 서명-금액까지 위조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4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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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이 대출계약 만기를 직원 멋대로 바꾼 것도 모자라 대출계약서의 서명과 금액까지 위조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계약은 애초 신청한 것보다 훨씬 부풀려진 금액이 대출된 것으로 고쳐져 있어 은행의 관리·감독에 허점을 드러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관악구에 사는 이모(65·여) 씨는 국민은행이 대출계약서 서명과 금액을 위조했다며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다.

국민은행은 금감원에 보낸 확인서에서 "당행 감사부의 조사 결과 대출계약서의 필체와 민원인(이 씨)의 필체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씨 이름으로 대출계약서를 꾸미면서 다른 누군가가 이 씨가 직접 쓴 대출신청서의 서명을 흉내 내 본인확인란 3곳에 이름을 적어 넣은 것이다.

국민은행은 "이 씨가 속한 재건축조합 사무실로 직원을 보내 서류를 꾸몄는데, 자필서명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서명을 은행 직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적었더라도 은행 측이 자필서명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분명한 잘못이다.

국민은행 감사부도 확인서에서 "해당 직원이 본인의 자필서명 여부 등에 대한 면밀한 확인 없이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인정했다.

이 씨가 신청한 대출금이 애초 2400만 원에서 1억9200만 원으로 8배 부풀려진 점도 문제다.

은행의 대출 서류에는 금액 위조를 막으려고 숫자가 아니라 한글이나 한자로 금액을 써 넣는다. 숫자는 병기(倂記·함께 나란히 적는 것)만 허용된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보관 중인 이 씨의 대출신청서를 보면 '이천사백만원'에 두 줄을 긋고 그 위에 숫자로 '192,000,000원'으로 고쳐져 있다.

이 씨의 아들 최모(39) 씨는 "서명이 위조되고 금액이 조잡하게 수정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은 대출금이 8배로 적힌 것은 조합원 8명을 대표한 이 씨에게 대출하는 것으로 형식이 달라져 1명당 대출금(2400만 원)의 8배인 1억9200만 원이 됐다고 해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 세부적으로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대출자 자신도 모르게 금액이 변경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대출은 전산으로 관리되고 있어 실제 대출금이 잘못 지급되거나 중간에 빼돌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객이 금전적 손실을 보았거나 은행 직원이 대출금을 가로채는 등 사고나 피해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대출서류 위·변조 논란이 국민은행에 국한된 게 아니라고 보고 모든 은행에 대출서류를 자체 점검해 보고하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서류 작성·관리에 문제점이 있었는지 파악해보고 추가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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