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두면 무조건 돈 돼요. L사는 평당 650만 원에 분양했는데 몇 달 뒤면 H사가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를 850만 원에 분양해요. 프리미엄 2000만 원 주고 L사 아파트 32평형을 사 두면 4000만 원은 남을 거예요.”
올해 2월 세종시 남면 나성리 첫마을 아파트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부동산 불법 거래 탐문에 나선 충남지방경찰청 수사과 경찰들이 고객을 가장해 접근하자 중개업자는 아파트 ‘전매’를 권했다. 이 아파트는 분양된 지 1년이 안 돼 전매가 불가능하지만 중개업자는 ‘선(先)거래, 후(後) 명의 이전’ 방식으로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우선 서류를 꾸며서 당사자간 분양권을 넘기기로 계약한 뒤 1년이 지나면 명의를 바꾼다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의 불법 부동산 거래가 광풍처럼 세종시 일대에 휘몰아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지방경찰청은 2월부터 최근까지 관계기관 합동 단속을 통해 분양권 전매를 알선하고 그 대가로 총 1억400여 만 원의 수수료를 받은 혐의(주택법 위반)로 이모 씨(48·여) 등 2명을 구속하고 2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법 위반은 사안별로 분양권 전매 위반이 119명, 청약통장 불법 매도가 41명, 청약통장과 분양권 매매 알선이 54명, 공인중개사 자격증 대여가 3명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세종시 금남면 일대에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차려 놓고 ‘첫마을 아파트’ 분양권에 1000만∼5000만 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전매를 알선했다. 이모 씨(45)는 지난해 9월 20일 금남면 용포리 S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중개보조원 임모 씨(40)에게서 5000만 원을 받고 첫마을 2단계 아파트를 전매했다. 경찰 관계자는 “분양 당첨 당일 팔아넘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 주기 위한 청약통장은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꾼들이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청약통장 알선업자 조모 씨(44)는 2010년 8월 하순 서울 종로구 종로 3가의 커피숍에서 김모 씨(49·회사원)에게 청약통장을 1000만 원에 팔았다. 경찰 관계자는 “청약통장 알선업자들은 아파트 당첨이 되더라도 집을 사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청약통장을 개당 500만 원가량에 사들여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1000만∼2000만 원을 받고 은밀히 팔아 넘겼다”고 말했다.
대박을 노리고 주로 수도권에서 내려온 중개업자들은 빌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내건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불법 거래를 했다. 공주와 연기군(세종시의 전신) 등지의 도로 게시판이나 전봇대 등에는 아직도 ‘청약통장 팝니다’ 등의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 세종시의 부동산 시장은 한파가 불어 닥친 전국의 다른 지역과는 관계없이 활기를 띠고 있다. P사가 최근 분양한 아파트 대형 평형은 프리미엄만 2억 원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부동산 불법 거래가 잠시 숨을 죽이고 있지만 세종시와 홍성과 예산의 내포신도시(충남도청 이전 예정지)의 건설이 계속됨에 따라 다시 기승을 부릴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