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속 100km까지 2.84초 주파, 일본 자동차업계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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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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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GT-R 개발담당자 가즈토시 미즈노

‘GT-R’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가즈토시 미즈노 씨.
‘GT-R’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가즈토시 미즈노 씨.
“닛산 GT-R가 아니라 니폰(Nippon) GT-R라는 마음으로 차를 만들었습니다.”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닛산 강남전시장에서 만난 ‘GT-R’ 개발 담당자 가즈토시 미즈노 씨(사진·61)는 2013년형 모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GT-R는 닛산뿐만 아니라 일본 자동차업계의 자존심 같은 차다.

2013년형 GT-R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2.84초 만에 주파해 포르셰는 물론이고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스포츠카의 기를 꺾었다.

자동차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GT-R보다 이 차를 만든 개발자 미즈노 씨에게 더 주목한다. 도쿄대, 와세다대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명문대 출신이 득세하는 보수적인 닛산에서 고졸(高卒) 출신으로 수석 엔지니어 자리에 오른 전설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문고교와 같은 직업전문학교 출신으로 1972년 닛산에 입사, 2003년 자동차 엔지니어들의 꿈인 GT-R 개발 총괄 자리에 올랐다. 햇수로 10년째 유럽 슈퍼카에 맞설 고성능 차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닛산의 모터스포츠팀 수장이자 직접 전 세계 서킷을 돌아다니며 차를 시험하는 테스트 드라이버이기도 하다.

“1995년 프랑스 레이싱대회 ‘르망’에 참가했을 때 ‘진정한 차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자동차 회사들은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차만 만든 것이 아니었는지 싶었어요. 소비자가 원하는 슈퍼카가 뭔지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요.”

사실 두 번이나 생산이 중단되며 위기를 맞았던 GT-R는 2007년 미즈노 씨에 의해 완전히 새롭게 탄생됐다.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슈퍼카’를 콘셉트로 개발된 만큼 GT-R에 장착된 트윈 터보차저 3.8L V6엔진은 파워, 응답성, 친환경 부분을 모두 고려했다. 특히 닛산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엔진은 요코하마 엔진공장에서 한 명의 엔지니어가 수작업으로 조립한다.

빙판길, 빗길 등 어디서나 주행이 가능한 GT-R는 실제 빙판길에서 190km의 속도를 낸 기록이 있다. 미즈노 씨는 “겨울철 폭설이 많이 내리는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의사들이 환자를 신속히 치료하기 위해 빙판길에서도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GT-R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그는 “GT-R는 심장과 영혼을 가진 차”라며 “일상에서도 슈퍼카를 운전하는 것에서 오는 최상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차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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