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장외올림픽 “더 멀리 알려라”

런던 올림픽 D-11… 할인-경품행사부터 현지서 브랜드 홍보까지
2조원 규모 이벤트 후끈

가수이자 탤런트인 이승기 씨는 지난달 23일 올림픽 성화를 들고 영국 맨체스터 로드를 따라 약 400m를 뛰었다. ‘SAMSUNG’이 새겨진 파란 티를 입은 100여 명의 삼성 서포터스와 삼성 홍보 차량이 그의 뒤를 따랐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이 장면을 통해 삼성은 세계인에게 회사 이름을 알렸다.

월드컵 축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종 영상광고와 경기장 보드 등을 통해 노출시키는 브랜드가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공식 후원사로 선정되지 못한 기업들도 런던 올림픽 개막(27일)을 앞두고 특수(特需)를 노려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 전자부터 카드까지 풍성한 이벤트

삼성전자는 16일부터 총 1000대의 스마트TV, 스마트폰 등의 경품을 내걸고 ‘골드러시’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프라인 매장과 인쇄광고, 온라인 사이트 등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응모한 사람들을 추첨해 스마트 가전제품을 준다. 이 밖에 김연아 아이스쇼 티켓 50장과 기프티콘 1만 개 등도 준비했다.

LG전자는 휘센 에어컨의 모델인 손연재 리듬체조 선수의 이미지를 디자인에 녹여 낸 ‘손연재 스페셜’ 에어컨을 출시하고 이를 구입하는 고객들을 추첨해 해외여행을 보내 준다.

SK텔레콤과 KT도 올림픽 기간에 각각 ‘전 국민 T로밍 응원 대축제’, ‘올레모바일 보다폰 패스포트’ 행사를 펼친다. 두 회사 모두 영국은 물론 유럽 각국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로밍요금을 할인해 준다.

롯데슈퍼와 세븐일레븐은 기아자동차의 경차 ‘레이’와 ‘모닝’을 이벤트 경품으로 내놨다. 롯데슈퍼는 올림픽 기간에 구매와 상관없이 자사(自社) 매장을 방문하는 모든 고객에게 응모권을 지급하고 우리나라 선수들이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이상을 따면 추첨을 통해 레이 10대를 주기로 했다. 세븐일레븐은 한국 선수단이 종합 7위 이상을 내면 추첨을 통해 모닝 11대를 준다.

금융권도 이벤트를 마련했다. 하나은행은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거두는 성적에 따라 보너스 금리를 제공하는 ‘오! 필승 코리아 적금 2012’를, 신한카드는 런던 올림픽 공식 파트너사인 비자카드와 제휴해 ‘신한 러브카드 런던 올림픽 에디션’을 출시했다. 런던 올림픽 공식 엠블럼과 빅벤을 배경으로 디자인한 이 카드는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발급한다.

○ 국내 기업 마케팅 비용 2조 원 넘을 듯

런던의 ‘갤럭시S3’ 옥외광고 영국 런던 홀랜드 파크 라운드어바웃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3’ 옥외광고에 이 회사의 슬로건 ‘designed for humans’ (인간을 위한 디자인)가 보인다. 삼성전자 제공

기업들이 올림픽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매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의 눈이 쏠리는 올림픽에 기업 브랜드나 제품을 노출시키면 인지도가 높아져 매출 증가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올림픽 마케팅 효과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잘 드러난다. 베이징 올림픽 무선통신 분야 공식 스폰서였던 삼성전자는 올림픽 기간 중국 농구스타 야오밍 등에게 휴대전화를 공급해 눈길을 끌었다. 2007년 11.5%에 머물렀던 삼성의 중국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이 올림픽 직후인 2008년 9월 21.9%까지 오른 것은 이 같은 노력에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계는 우리 기업들이 런던 올림픽 기간에 쓰는 마케팅 비용이 2조 원을 넘을 것이라며 이번 올림픽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