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된 계좌로 들어온 돈을 놓고 채권은행과 계좌주인 기업 간에 주인을 가리는 소송전까지 벌어지게 됐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풍력 단조회사인 평산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추진했으나 608억 원을 대출해준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의 반대로 워크아웃이 무산되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평산은 6월 13일 외환은행의 외화계좌에서 현금을 전액 인출한 뒤 계좌를 해지했다. 평산 관계자는 “현금 확보 차원에서 현금을 모두 뺐고 거래 기업에서 이 계좌로 송금하는 것을 막도록 아예 계좌 자체를 해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산은 해외 거래처에 계좌 해지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덴마크와 터키의 일부 거래 기업이 실수로 해지된 계좌로 돈을 보냈다. 이 돈이 원화로 환산하면 19억 원에 이른다.
19억 원을 확보한 외환은행은 평산이 채무를 못 갚고 있으니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하는 반면에 평산은 이미 해지 신청을 한 계좌로 잘못 송금됐으므로 원래 주인한테 되돌려 달라고 맞서고 있다. 평산 측은 “외환은행이 채권 확보를 위해 고의로 계좌를 폐쇄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평산 측에 “외화계좌는 해지됐지만 해외에서 송금된 돈은 평산 돈이므로 만기가 지난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평산은 “해지된 계좌에 송금된 돈은 거래 회사가 잘못 보낸 돈이므로 원래 주인인 거래 회사로 반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외환은행 여신담당 부서는 “평산에서 소송을 내 이기면 그때 돌려주겠다”는 완강한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은 채무 상환기일이 지난 뒤에도 채무를 갚지 못하고 있는 고객의 계좌에 있는 돈은 채무와 상계 처리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고객이 해지 신청을 한 계좌에 들어온 돈이라면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이 해지 신청을 했는데도 은행에서 계좌를 폐쇄하지 않아 돈이 송금됐다면 은행의 업무 처리 잘못”이라면서도 “소송 결과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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