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료 평균 10.7% 인상안’ 공식 제출… 정부 불허 방침 고수

  • 동아일보

한전 “기업특혜 그만… 이제 대가 지불해야”
업계 “가뜩이나 어려운데 전기료 폭탄 웬말”

한국전력이 10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전기요금 평균 10.7% 인상 및 연료비 연동제 변경안을 정부에 공식 제출했다. 용도별 인상폭은 △산업용 12.6% △일반용 10.3% △주택용 및 농사용 6.2% △교육용 3.9%로 확인됐다.

산업계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크게 올리겠다는 방안에 대해 “산업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한전이 요구하는 인상폭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전기요금을 둘러싼 당사자 간 견해차가 커 팽팽한 줄다리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이날 이기표 비상임이사 주재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사회에서 9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관련 법령에 따라 인상안 등을 확정했다”며 “국제 에너지가격 및 환율 상승, 울진과 고리원전 등의 전력 구입비 상승 등으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전이 두 자릿수 인상을 고집하는 것은 이 같은 요인 외에 지난해 소액주주들이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않아 회사가 2조80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김쌍수 전 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한전 측은 “서민과 소상공인을 배려해 산업용과 달리 주택용과 농사용은 소폭 인상하자고 한 것”이라며 “이제 기업들이 지난 30년간 국민의 희생으로 싼값에 전기를 사용해 온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가뜩이나 불황인데 전기료 폭탄까지 맞을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박태진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한전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최근 국제 경제위기로 국내 산업계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기요금마저 10% 이상 올리면 경쟁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그동안 받은 특혜를 갚아야 한다는 한전 측의 주장에 대해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며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원가를 고려해 산업용 전기요금은 가정용보다 싸게 책정한다”고 반박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현행 전기요금 산정방식에 의구심이 든다”며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인상 근거를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한전이 요구하는 두 자릿수 인상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식경제부는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보전효과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16.8%가 오르는 셈”이라며 불허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전의 적자 탈출을 돕기 위해 국민경제를 볼모로 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한전#기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