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페트병으로 만든 신발입니다. 재료비는 1400원이 들었습니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맨발이죠. 저도 맨발로 신어 보겠습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하이서울유스호스텔 지하 강당. 무대에 선 정용현 씨(금오공대 전자공학부 4학년)가 양말을 벗고 ‘개량 페트병 신발’을 신고 걸어 다니며 “안에 공기가 있어서 의외로 푹신하다”고 설명하자 청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6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 ‘제3회 적정기술 이노베이션 캠프’ 발표 현장이다.
○ 따뜻한 기술로 저개발국에 도움을
푹신하고 저렴한 페트병 신발 반짝 7일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정용현 씨가 직접 만들어 신어 보인 개량 페트병 신발. 굿네이버스 제공
‘따뜻한 기술’로도 불리는 적정기술은 저개발국가에서 싼값으로 즉시 적용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우물물을 담은 물통을 들고 몇 시간 동안 걸어서 집으로 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굴릴 수 있는 드럼통을 보급하는 식이다. 구호활동이 단순히 식량과 물자를 지원하는 데서 나아가 지역 주민의 필요를 살피고, 자립을 도와야 한다는 개념이 퍼지면서 최근 각광받고 있다.
SK그룹이 굿네이버스와 함께 개최한 이 캠프는 일반인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전문가가 다듬어 사업화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예심을 거쳐 25개 팀 70여 명과 환경·에너지·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가 9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는 공대생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일반인도 5개 팀이 참여했다.
정 씨의 팀이 발표한 ‘개량 페트병 신발’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페트병과 폐타이어로 신발을 만들어 신고 다닌다는 데 착안해 이를 신고 다니기 편리하게끔 더 손질한 것이다. 정 씨는 아예 신발로 만들기 좋은 디자인으로 페트병을 제조하거나 그런 개조를 대량으로 하는 공장을 아프리카에 세우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정 씨는 “철사에 찔린 것 때문에 다리를 자르는 아이의 영상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아프리카에 확실히 있는 물건이 뭘까 생각해 보니 구호물품이 담기는 페트병이겠더라”고 말했다.
○ “찻잎으로 비료 제조기술 보급하자”
‘적정기술 이노베이션 캠프’ 첫날인 6일 이성범 굿네이버스 적정기술센터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대학생 참가팀 ‘시리얼(See Real)’의 아이디어 보드를 보며 코치해 주고 있다. 이
팀은 지체장애인을 위한 저렴한 안구인식 시스템을 아이디어로 제출했다. 굿네이버스 제공중국 동포로 연세대 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허인책 씨(36)는 상품성이 없는 찻잎으로 동물 사료와 식물용 비료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허 씨는 “중국 윈난(雲南) 성은 중국 최대의 차 산지인데 동시에 가장 소득이 낮은 지역”이라며 “곧 선교사로 윈난 성에 가게 될 예정인데 지역 농민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멘토로 나선 정한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기술사업화팀장은 “관상용 화초에 필요한 고가 비료를 만드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고려대 기계공학부 2년생인 이영호 씨의 팀은 쪽방촌에 물탱크와 소형 펌프기를 설치해 이 물을 옥상으로 끌어올린 뒤 분사해 기화열로 실내 온도를 낮추자는 제안을 했다.
SK그룹과 굿네이버스는 24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최종 우승팀을 선발할 예정이다. SK그룹 행복나눔재단 이승현 팀장은 “앞으로도 유용한 적정기술을 계속 발굴하고 사업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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