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전할 필요 없이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는 건가요?” 29일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광저우(廣州)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 첸자나(阡佳娜·25) 씨는 1층 LG생활건강의 ‘후(后)’ 화장품 코너에서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고르느라 바빴다. 첸 씨는 “그동안 중국인들이 한국 백화점에서 물건을 살 때 인롄(銀聯)카드로 결제하거나, 현금으로 내려면 밖에서 미리 환전을 해 지불해야 했는데 오늘부터는 바로 위안화를 쓸 수 있으니 매우 편리하다”고 반겼다. 이어 첸 씨는 “백화점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도 위안화를 받아준다면 중국인들의 구매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첸 씨는 화장품과 옷을 사는 데 1만 위안(약 181만 원)을 썼다.》
신세계백화점은 29일 위안화 결제를 시작하면서 곳곳에 ‘달러, 엔화는 물론 위안화 결제도 가능하다’는 내용의 홍보 게시물을 설치해두고 중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신세계백화점이 29일부터 충무로 본점에서 위안화 결제를 시작했다. 동아일보의 ‘한중수교 20년-미래로 가는 KORINA’ 시리즈 3회 ‘서울과 제주에서 위안화를 자유롭게 쓰게 하자’는 제언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이 백화점에서는 달러와 엔화, 유로화로만 현금결제가 가능했지만 위안화까지 추가로 받기 시작했다. 시범 운영을 거쳐 다음 달 4일부터는 모든 점포로 시행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백화점 중 위안화로 결제해주는 곳은 기존에는 롯데뿐이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의 큰손으로 부상한 중국인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도입했다”며 “인롄카드의 매출 신장률이 매우 높은 만큼 중국인들을 위한 또 다른 결제 수단도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이 신세계백화점에서 쓴 인롄카드(체크카드를 제외한 신용카드 기준) 결제액 증가율은 2010년 103.6%, 지난해에는 103.5%였다. 올해도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백화점에서는 1층 일본어·중국어 안내데스크와 매장 입구에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다’는 홍보 게시물을 곳곳에 세워두고 홍보하고 있다. 이곳 안내데스크 직원은 “위안화 결제 여부를 묻는 중국인 고객이 종종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들이 더 편리하게 백화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품권 판매데스크에서는 위안화 환전 서비스도 시작했다. 기존에는 달러와 엔화, 유로화만 원화로 바꿔줬는데 여기에 위안화까지 추가된 것이다. 환율은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해 바꿔 주고 백화점에서 당일 받은 위안화는 다음 날 바로 은행에 가서 입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혹시라도 위폐가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금 결제는 각 층에 마련된 백화점 직영 카운터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카운터 직원들은 위폐 감별을 위해 육안으로 약식 감별하는 방법을 교육받았다. 베이징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 왕자(王佳·27) 씨는 “한국 백화점에서 환전 서비스를 해주고 위안화도 받는다는 사실을 중국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한국에 쇼핑하러 오는 중국인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1인당 평균 60만∼80만 원을 쓰는데 이는 일본인 관광객의 3배 수준이다. 중국인 관광객대상 매출 신장률 역시 주요 외국인 고객 중에서 단연 눈에 띈다. 2011년 이 백화점에서는 일본인 관광객 대상 매출이 전년 대비 33% 늘어난 반면 중국인 관광객 대상 매출은 155%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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