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만든 신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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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샌프란시스코 ‘구글 신기술 발표회’를 가다

구글 첫 가전제품 ‘넥서스Q’ 모형 27일 ‘구글 I/O 2012’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 3층에는 일종의 셋톱박스인 ‘넥서스Q’를 상징하는 모형이 전시됐다. 넥서스Q는 구글이 자체 공장에서 직접 만든 최초의 소비자 가전제품이다. 샌프란시스코=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구글 첫 가전제품 ‘넥서스Q’ 모형 27일 ‘구글 I/O 2012’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 3층에는 일종의 셋톱박스인 ‘넥서스Q’를 상징하는 모형이 전시됐다. 넥서스Q는 구글이 자체 공장에서 직접 만든 최초의 소비자 가전제품이다. 샌프란시스코=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27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6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구글의 연중 최대 신기술 발표회인 ‘구글 I/O 2012’에서 빅 군도트라 수석부사장이 한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구글플러스의 신기능을 발표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창업자가 무대로 뛰어올라왔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발표는 중단됐고 객석은 술렁였다. 뭔가 이상했지만 브린 창업자가 곧 객석을 향해 소리쳤다. “구글글라스 시연을 보실래요?”

구글글라스는 구글이 만든 ‘스마트 안경’으로 스마트폰처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이용해 사진도 찍고 인터넷 검색도 하며 길안내도 받을 수 있다. 브린 창업자는 무대의 대형화면에 샌프란시스코 상공에 떠 있는 비행선을 연결했다. 그 시간 하늘에선 구글글라스를 낀 스카이다이버들이 낙하를 준비하고 있었다.

○ 구글의 놀라운 신기술


이후에는 마치 한 편의 블록버스터 뮤지컬을 보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스카이다이버들은 곧장 비행선에서 뛰어내려 발표장인 모스코니센터 지붕 위에 착륙했다. 그리고는 계단 대신 밧줄을 타고 행사장이 있는 3층 발코니로 내려와 미리 준비된 자전거로 갈아탔다. 이들이 자전거를 탄 채로 무대에 오를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 더욱이 이 모든 광경이 이들의 1인칭 시점으로 대형화면에서 생중계됐다. 브린 창업자는 “구글글라스는 상상도 못한 미래가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기계”라고 말했다.

구글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구글글라스의 사전예약 주문을 받았다. 한 대에 1500달러(약 173만 원)나 했지만 참가자들은 사전예약을 하기 위해 긴 줄을 섰다. 구글글라스는 내년 초 예약자들에게 배송된다. 소비자 대상 제품은 일러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 판매될 예정이다.

구글글라스의 깜짝 발표 외에도 구글은 이날 놀라운 신기술을 잔뜩 소개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새 안드로이드 OS인 ‘젤리빈’이었다. 젤리빈에 포함된 ‘구글 나우(Google Now)’라는 검색 기능은 2주 전 같은 자리에서 한국어 지원 사실이 발표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애플의 ‘시리’를 연상케 했다.

구글 나우는 한마디로 사용자가 아무것도 검색하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검색해주는 인공지능 검색 기능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평소 잘 다니지 않던 장소에 갔다가 점심시간 무렵 글씨를 입력하거나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의 검색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인근의 좋은 식당을 추천해준다.

휴고 바라 구글 제품총괄 이사는 “시리와 구글 나우는 접근 방법이 다르다”며 “애플과 달리 우리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검색해 최대한 빨리 답을 알려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시리가 날씨, 주가, 음식점, 길안내 등 특정 분야의 답만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걸 지적한 것이다.

○ 구글의 하드웨어

이날 구글이 선보인 새로운 하드웨어도 관심을 모았다. 구글은 대만의 아수스를 통해 ‘넥서스7’이라는 태블릿PC를 발표했다. 7인치 화면의 이 태블릿은 경쟁제품인 애플 ‘아이패드’보다 화면도 작고 선명함도 덜하고 기계 성능도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아이패드가 499달러인 데 비해 넥서스7은 그 반값도 안 되는 199달러다.

바라 이사는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나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등 기존 7인치 태블릿이 시장에서 별로 인기를 못 끌었다”는 지적에 대해 “넥서스7은 값도 싸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7인치 태블릿”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구글은 외부 업체에 제조를 맡기는 대신 처음으로 직접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한 소비자용 하드웨어인 ‘넥서스Q’도 발표했다. TV와 오디오에 연결해 주변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재생하는 음악과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셋톱박스였다.

지난해 구글 I/O에서 구글은 최신 태블릿PC와 노트북컴퓨터를 모두 삼성전자에 의존해 생산했다. 하지만 올해 구글 I/O에선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줄었다. 이에 대해 군도트라 수석부사장은 주머니에서 자신이 쓰고 있다는 새 ‘갤럭시S3’ 스마트폰을 꺼내 보이며 “삼성전자와 구글 사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삼성의 스마트폰은 정말 환상적”이라고 치켜세웠다.

샌프란시스코=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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