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까르푸 실패 사례를 보라… 위기탈출의 길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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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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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업의 본질이다’ 사내방송 통해 3주간 교육

이마트 임직원들이 경기 용인시 신세계 인재개발원 대강의실에서 ‘까르푸 실패경영
사례에서 배운다’라는 주제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 임직원들이 경기 용인시 신세계 인재개발원 대강의실에서 ‘까르푸 실패경영 사례에서 배운다’라는 주제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프랑스 최대 유통업체인 까르푸의 경영 실패에 대해 3주간 사내방송을 통해 교육을 실시했다. 이마트 임직원들은 ‘업의 본질이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3부작을 보며 까르푸의 추락과 테스코·월마트의 약진, 이마트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4월부터 본격화한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경기불황으로 대형마트 업종이 국내에 들어온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을 위한 ‘위기 탈출’ 스터디를 시작한 것이다.

○ “대형마트 업의 본질은 저가 전략”

이마트가 까르푸를 위기탈출 전략의 교본으로 삼은 것은 유럽 1위, 세계 2위의 ‘유통공룡’인 이 회사가 수익성 하락과 매출 감소로 2008년 이후 3차례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할 만큼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자는 뜻에서다.

1963년 프랑스 파리 근교에 슈퍼마켓과 할인판매점, 창고소매업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퍼마켓을 최초로 연 까르푸는 이후 전 세계 32개국에 9631개의 매장을 내고 38만 명의 직원을 거느릴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2009년 라르스 올로프손 CEO가 취임해 ‘앙 아방(En Avant)’ 전략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경영이 악화되기 시작됐다. 까르푸는 25개 브랜드를 슈퍼마켓, 편의점 등 6개 브랜드로 통합하면서 15개월간 1100여 개의 점포를 리뉴얼했고 여기에 2009∼2010년 회사 전체 순이익의 47%를 쏟아 부었다.

결과적으로 까르푸 매장의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워졌지만 그 사이 소비자가 대형마트를 찾는 이유인 가격경쟁력은 악화됐다. 화장품, 냉동식품, 친환경제품, 패션, 가전 분야의 전문매장 강화도 시도했지만 이 역시 상품의 전문성 부족으로 실패했다.

최병렬 대표는 “까르푸의 경영악화 원인은 외부환경이 아닌 고객 니즈(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잘못된 변화전략 때문”이라며 “내수경기 침체 속에서 이마트가 가야 할 ‘업의 본질’인 상시저가 실현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는 차원에서 사내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 바닥 모를 불황에 깊어지는 고민

대형마트는 생활필수품 위주의 상품 구색으로 백화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의 영향을 덜 타는 편이지만, 최근 이마트가 느끼는 불황의 강도는 매우 심각하다. 이마트의 고객 1인당 구매금액(객단가)은 올해 1월 5만5987원을 기록한 뒤 2월 4만7721원, 3월 4만7078원, 4월 4만5059원으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객단가가 5만 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마트가 까르푸를 소재로 사내교육을 하고 가격경쟁력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수산물과 청과류 등의 해외 직소싱 규모를 지난해 6000억 원에서 올해는 8000억 원 수준으로 늘리면서 불황으로 움츠러든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마트#까르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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