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中동포 주부설계사, 오원춘 사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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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7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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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의 중국동포 출신 보험설계사인 황옥화 박윤자 오매홍 씨(왼쪽부터)는 “중국동포 고객들은 보험료가 비싼 상품에 가입할 때가 많고 가입기간이 길다”고 소개했다. 황 설계사는 중국동포 남편과 함께 귀화했고 박, 오 설계사는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삼성화재 제공
삼성화재의 중국동포 출신 보험설계사인 황옥화 박윤자 오매홍 씨(왼쪽부터)는 “중국동포 고객들은 보험료가 비싼 상품에 가입할 때가 많고 가입기간이 길다”고 소개했다. 황 설계사는 중국동포 남편과 함께 귀화했고 박, 오 설계사는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삼성화재 제공

"보험 가입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동포야말로 보험업계의 '블루오션'입니다. 이들을 위한 더 많은 상품 개발과 전문 보험설계사 확보가 시급합니다."
100만 명을 훌쩍 넘어선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상당수는 중국동포를 포함한 중국 국적자들이다. 최근 보험사들은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위해 중국동포 출신 설계사 채용을 늘리고 있다.

삼성화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동포 설계사를 채용하기 시작해, 현재 33명의 중국동포 설계사들이 일하고 있다. 이중 경기 안산 시화지점에서 근무하는 박윤자(48), 오매홍 설계사(34)와 서울 동대문구 용두지점에서 일하는 황옥화 설계사(42)는 단연 눈에 띈다. 길지 않은 설계사 경력이지만 뛰어난 실적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3명 중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설계사 경력은 고참인 오 설계사는 4년차, 황 설계사는 2년차이고 가장 나이가 많은 박 설계사는 이제 고작 반 년 일한 초보다.

이들은 1990년대 중후반 한국에 올때만 해도 보험의 필요성이나 설계사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했다. 오 설계사는 "중국에서는 대리점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대부분이고 '보험에 들면 없던 병도 생긴다'는 미신이 있어 가입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황 설계사도 "치아보험, 치매보험, 간병인보험 등 보험 종류가 많고, 한 사람이 여러 개의 보험에 드는 것이 신기했다"고 맞장구쳤다.

전업주부인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설계사에 자원하긴 했지만 처음에는 입이 떨어지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던 날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중국어'를 무기로 중국동포나 한국 거주 중국인들을 공략하고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세심히 챙겨주자 입소문을 타고 고객들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6개월 경력의 박 설계사는 시화지점 60명 중 실적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그는 "고객을 처음 만났을 때는 일부러 보험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며 "'한국 생활에 어려움이 없느냐, 묻고 싶은 것 있을 때 언제든 전화해라'고 하면 고객이 먼저 '좋은 상품 추천해 달라'고 한다"고 1위 비결을 귀띔했다.

현재 이들의 고객 중 70% 이상이 중국동포를 포함한 중국어 사용자다. 오 설계사는 "한국 고객들은 상품 비교에 너무 민감해 가입 후 한 달 만에 해지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갈아탄다"며 "장기 가입과 위험 대비라는 보험의 본질을 잊어버리는 고객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설계사도 "중국동포 고객들은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잘 열지 않지만 일단 한번 신뢰관계를 맺으면 한 달 보험료가 100만 원 넘는 상품에 가입할 때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한국으로 귀화하거나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한국 사회의 지나친 경쟁, 인종 차별, 명품 선호 현상 등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오 설계사는 "자신들은 하지도 않을, 힘들고 더러운 일들을 이주노동자에게 시키면서 '이들 때문에 한국에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 한국인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특히 경기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이후 중국동포를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워지면서 영업 활동에도 지장이 많다고 호소했다. 박 설계사는 "언론에 '조선족 범죄'라는 기사만 나와도 괜히 내가 미안하고 움츠러든다"며 "어디나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는 법인데 일부 중국동포의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채널A 영상]귀화 중국동포 “내가 은행에서 일할 줄이야”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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