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 “그래도 대학에? 취업이 먼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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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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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 고졸 채용박람회 르포

23일 열린 ‘201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 잡 콘서트’ 행사장에서 여고생들이 채용담당자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정보를 구하고 있다. 고양=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3일 열린 ‘201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 잡 콘서트’ 행사장에서 여고생들이 채용담당자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정보를 구하고 있다. 고양=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3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인천디자인고에 다니는 김소영 양(18)은 50m 넘게 길게 이어진 줄에 서서 기다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예전부터 한화건설에 입사하고 싶어 계속 정보를 찾았거든요. 그런데 이런 행사가 열려 직접 한화 인사담당자를 뵐 수 있으니 너무 좋아요. 한 달 전부터 기다렸어요.”

최근 대기업들의 고졸 채용이 활발해진 가운데 이날 킨텍스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중소기업청이 주최하는 ‘201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 잡 콘서트’가 열렸다. 오전에만 실업계고교 학생 및 취업 지도교사 7000명이 몰릴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 고교생들 “이런 박람회 더 자주 열렸으면”

김 양이 재학 중인 인천디자인고의 취업담당 박혜선 교사는 학생 180명을 데리고 왔다. 그는 “고졸 채용에 대한 사회 인식이 달라지는 게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작년에는 학생 500명 중 겨우 50명 정도가 취업에 관심을 보였는데 이제 200명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날 채용박람회에는 삼성 SK 현대자동차 한화 포스코 등 그룹 계열사들을 비롯해 공기업 은행 등 130여 개 기업이 부스를 마련했다. 교복 차림인 고교생들은 친구들과 삼삼오오 여러 부스를 다니며 팸플릿을 모으고 채용조건과 일정 등을 확인하느라 바빴다.

광운전자고 3학년인 김갑성 군(18)은 “전에는 모두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한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며 “한 반에서 2, 3명을 빼고는 모두 취업을 희망한다”고 달라진 교실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금융고 3학년인 김용현 군(18)은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취업정보는 제한적인데 한자리에서 여러 기업의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런 박람회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학생들에게 “나도 야간상고 출신”이라며 “자식을 대학에 못 보냈다고 안쓰러워하는 부모님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런 부모님을 자랑스럽게 해드려라. 긍지를 가져라”고 말했다.

○ 기업들도 “좋은 인재 만날 수 있어 고맙다”


기업들도 이번 채용박람회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행사장을 직접 찾은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좋은 인재를 만날 수 있는 행사가 열려 고맙다”며 “우리 회사는 수학공식 하나 더 아는 사람보다는 창의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인재를 원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컴텍의 장봉수 차장도 “젊고 개방적인 고졸 인재를 뽑고 보니 회사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고 전했다.

대기업들의 고졸 공채는 이제 ‘대세’로 정착되는 분위기다. 삼성 SK 한화그룹이 올해 처음으로 고졸 공채를 도입했으며 삼성전자는 “면접을 해보니 보배 같은 인재가 많더라”라며 10일 당초 계획보다 100명 늘려 고졸 예정자와 고졸자 700명을 공채로 채용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근로자 1000명 이상 대기업들은 지난해보다 고졸자 채용을 6.9% 더 늘릴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고양=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고졸채용#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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