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측은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230여 명에 이르는 인력을 승계할 수 있는 기업을 찾다 보니 선택의 폭이 좁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대기업들이 빵집이나 구내식당 운영 사업에서 잇달아 철수하기로 했지만 결국 또 다른 대기업으로의 ‘손 바뀜’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 역시 그가 운영하던 고급 빵집 ‘포숑’을 한 국내 중견그룹에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동반성장을 위한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포숑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힌 당초 의도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27일 한국전력 구내식당 운영권 입찰에서도 대기업인 동원그룹 계열사 동원홈푸드가 운영권을 따냈다. 정부가 최근 자산규모 5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대기업에 공공기관의 구내식당 운영을 맡기지 않기로 해 중소 업체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결국 자산이 1조3068억 원에 이르는 동원산업의 자회사인 동원홈푸드가 운영권을 가져갔다.
한 중소 단체급식 업체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한 15개 업체 가운데 10곳이 중소기업이었지만 대기업 들러리만 선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재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기업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동반성장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호랑이 없는 골에 여우가 왕 노릇’을 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공공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소프트웨어 진흥법’이 2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 역시 당초 정부의 의도와 달리 외국기업만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법이 오라클, 시스코 같은 글로벌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아 결국 외국계 기업들이 공공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들이 무조건 중소기업 영역에서 발을 뺄 게 아니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거나 자영업자들의 우수한 제품을 제값에 구매해 유통 비즈니스를 하는 ‘플랫폼 방식’의 사업모델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