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사상 첫 적자… 작년 11조 차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덫…
저축銀 예금자에 12조 지급… 9년 모은 돈 다 쏟아부은셈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 정리 업무를 맡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지난해 11조 원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의 보험료로 조성된 예금보험기금(예보기금)이 부실 저축은행 예금자들에게 대거 지급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봤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로 미뤄 놓은 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예보기금에서 또 돈이 나가야 돼 예금자 보호를 위해 조성된 예보기금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해 예보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11조6199억 원을 차입했다. 지난해 차입금 규모는 2003년부터 조성한 신(新)예보기금 적립금 12조7800억 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예보가 대규모 차입을 한 이유는 지난해 16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지출한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예보는 지난해 저축은행 예금자들에게 1인당 5000만 원까지 원리금을 보장해 주기 위해 12조5931억 원을 썼다. 예보가 금융회사로부터 받는 연평균 보험료가 1조3000억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9년 동안 쌓아 놓은 돈을 한 해에 모두 털어 넣은 셈이다.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 예금자가 아직 찾아 가지 않은 돈이 2조5000억∼3조 원이어서 예보기금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해 차입금 11조6199억 원에 대한 연간 이자 5000억 원도 상당한 부담이다.

지난해 차입금 중 10조4199억 원은 시중은행에서 연 4.6% 안팎으로 빌렸고, 1조2000억 원은 연 3.7%의 채권(예보채)을 발행해 조달했다. 차입금은 모두 1년 만기여서 올해 안에 모두 상환해야 한다. 예보는 일부는 만기 연장을 할 계획이지만 나머지는 채권을 추가로 발행하거나 다른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상환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보기금이 빚을 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악순환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조만간 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적기시정 유예조치를 받은 4개 저축은행 중 몇 개가 살아남고 몇 개가 퇴출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구조조정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4개 저축은행이 모두 대형이기 때문에 한두 개만 영업 정지를 당하더라도 최소 5조 원 이상의 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예보기금의 적자 규모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불어나면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예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빌린 돈은 금융회사로부터 받을 보험료로 갚아나갈 수 있지만 앞으로 저축은행에 추가로 돈이 더 들어가면 그건 변제할 뾰족한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저축은행#차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