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보험 없앤 생보사들, 年 3조 ‘사이비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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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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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일 씨(66)는 1980년 9월 당시 히트 상품이던 ‘백수보험’에 가입한 뒤 1985년부터 매년 봄이면 보험금과는 별도로 10만 원 안팎의 돈을 받고 있다. 한 달 보험료가 4만1000원이므로 두 달 치 보험료보다 많은 돈을 15년 이상 받고 있는 셈이다. 정 씨가 해마다 돈을 받는 이유는 그가 가입한 상품이 유배당 보험이기 때문이다. 유배당 보험은 보험료 운용 수익의 90%를 가입자에게 돌려준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보험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생보사가 무배당 보험 상품만 팔고 있기 때문이다. 》
1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보사가 판매하는 984개 상품 중 보험료 운용 수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유배당 상품은 17개에 불과하다. 이 중 13개는 배당금액이 거의 없는 ‘무늬만 유배당’인 연금저축이어서 유배당 상품은 사실상 4개밖에 없는 셈이다. 생보사들이 무배당 상품에 집중하면서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돈으로 회사 이익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 2007년 이후 유배당 상품 안 나와


1990년 3월만 해도 무배당 상품은 외국계 보험회사가 취급하던 한 개밖에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생보사 상장 때 이익배분 문제가 논란이 되자 생보사들은 이익을 나눌 필요가 없는 무배당 상품 판매에 주력했다. 2000년 무배당 상품 점유율이 50%를 돌파했고 2007년 이후에는 유배당 상품이 아예 나오지 않았다.

현재 판매되는 유배당 보험 4개는 모두 올 3월 출범한 NH생명보험이 농협중앙회의 사업부문으로 있을 때 판매하던 공제상품의 이름을 바꾼 것이다.

유배당 상품이 크게 줄면서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배당금도 대폭 감소했다. 2000회계연도(2000년 4월∼2001년 3월)에는 전체 생보사가 가입자들에게 배당한 금액이 6028억 원이었지만 2010회계연도에는 2297억 원으로 줄었다. 생보사들은 가입자 배당을 줄여 주주들에게 배당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주주 배당금 규모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액수를 파악할 수 없다.

유배당 상품을 팔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 생보사 관계자는 “배당을 하려면 보험료를 비싸게 책정해야 하는데 보험료가 비싸면 고객이 가입하지 않으려 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무배당이라고 더 싼 것도 아니다”며 “보험사들이 이익을 나누지 않기 위해 무배당 상품만 파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빅3 ‘사이비’ 이익 年 2조4418억 원


보험사의 이익은 크게 △예정사망률과 실제사망률 차이에서 발생하는 사차익(死差益) △자산운용으로 얻은 실제수입이 수입 예측금액보다 많아 발생하는 이차익(利差益) △예정 사업비보다 실제 사업비가 적게 들어 발생하는 비차익(費差益)의 합계로 이뤄진다.

돌발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사차손(損), 이차손, 비차손도 나타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보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렇게 남는 돈을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바로 가입자 배당이다.

보험료를 통해 얻은 이익을 가입자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고스란히 보험사의 이익이 된다. 생보업계에서는 이렇게 배당을 하지 않아 생기는 이익을 사차익, 이차익, 비차익의 앞 글자를 따서 ‘사이비’ 이익이라고 부른다. 2009회계연도 기준으로 삼성 교보 대한 등 빅3 업체의 ‘사이비’ 이익은 2조4418억 원, 생보업계 전체로는 3조279억 원에 이른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생명보험#유배당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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