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지역전문가 여성비율 30%로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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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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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아프리카 체류기간 2년으로 연장 지시
“회장 되자마자 추진… 당시 직원들 이해못해
답답해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꾸라 말한 것”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의 독특한 글로벌 인재양성 제도인 지역전문가 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10일 지역전문가 출신 삼성 계열사 임직원 7명을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지역전문가 제도를 (대상자의) 수도 늘리고, 질적 수준도 높이고, 발전적인 모습으로 가져가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20% 수준인 지역전문가의 여성 비율을 30%까지 높이고 아프리카와 중동, 중남미 등 특수언어를 쓰는 지역에 대해서는 체류기간을 현재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라고 주문했다.

이 회장의 지시로 1990년부터 시작된 삼성의 지역전문가 제도는 주로 대리·과장급에서 뽑힌 사원들이 외국의 한 지역을 정해 가족 없이 홀로 1년간 지내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이 기간은 현업에 얽매일 필요가 없고, 체류비용뿐 아니라 급여도 받는다. 삼성은 이 제도를 통해 20여 년간 4400명의 지역전문가를 배출했고, 올해는 현재 50개 국가에서 285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회장은 “회장이 되자마자 추진한 것이 지역전문가와 탁아소 제도였다. 특히 지역전문가 제도에는 특별한 애착이 있다”며 “당시 반대도 있었지만 5년, 10년, 20년 앞을 내다보고 고민하면서 일했다”고 돌이켰다. “이 제도는 사원들을 위한 것이고, 사원들이 잘돼야 회사가 잘되고, 회사가 잘돼야 나라가 잘되는 것 아닌가”라는 설명이었다.

또 그는 “5년, 10년, 20년 뒤 회사가 어떻게 될지,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거기에 맞춰서 나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미래를 보면서 나가야 하는데 잘 이해를 못해 답답했다”며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다 바꾸라’고 한 말은 그런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지역전문가 출신들과 만난 자리에서 “1987년 회장이 돼 우리 회사를 보니 참 답답하더라. 그래서 몇 년 동안 지켜보면서 생각하고 고민하다 1990년대 들어와 손을 대기 시작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1993년 미국에서 삼성전자 제품이 창고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고, 이 일이 삼성전자를 뒤집어엎은 시초가 됐다”며 신경영 선언의 배경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오찬에 이 회장과 함께한 임직원의 직급은 과장부터 부사장까지 다양했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이 오늘 평소보다 많은 발언을 했다”며 “과장급을 포함한 임직원들과 2시간 동안 대화하며 식사한 것도 무척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지역전문가 제도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삼성#이건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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