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92주년/다시 뛰는 금융리더]KB금융, 비만에서 몸짱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0일 14시 40분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오른쪽)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에 힘을 쏟고 있다. 어 회장이 우수 고객 초청 행사에서 고객들과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KB금융그룹 제공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오른쪽)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에 힘을 쏟고 있다. 어 회장이 우수 고객 초청 행사에서 고객들과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KB금융그룹 제공

‘비만증 환자에서 날랜 운동선수로.’

‘비만증 환자’는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이 2010년 7월 취임 직후 KB금융그룹을 지칭하며 했던 말이다. 당시 KB국민은행 직원은 약 3만 명으로 다른 시중은행보다 인력이 2∼3배 많았다. 하지만 생산성은 꼴찌였다.

그는 이 환자를 발 빠른 운동선수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취임 이후 바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당시 퇴직인원은 3244명으로 전체 인력의 12% 정도가 은행을 떠났다. 조직을 슬림화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보수적이고 타성에 젖은 기업문화를 바꾸겠다는 포석이었다.

어 회장은 KB투자증권과 KB선물은 통합시키고 KB카드는 분사시켜 그룹 체계도 개편했다.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3개 그룹을 폐지하고 신탁·연금본부 등 6개 본부와 9개 부서를 축소하는 등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 조직문화 쇄신에 적극 나서

어 회장은 취임 이후 보수적이고 변화에 소극적인 KB금융그룹의 조직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어 회장이 이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성과에 기반을 둔 인사체계 확립이다. 성과에 따라 보상하고 능력에 따라 직책을 주는 인사체계를 확립해야 연공서열 위주의 보수적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고 조직원 개개인의 역량도 최대한 발휘될 수 있다고 어 회장은 생각하고 있다.

어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 때 성과주의 인사 확립이라는 자신의 의지를 실천에 옮겼다. 계열사인 KB저축은행 대표에 국민은행 부장을 발령 내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계열사 대표에는 은행 임원이 내려가는 게 그동안의 KB금융그룹은 물론 금융권의 인사 관행이었다.

어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화제가 된 대학생 전용점포 ‘락스타존’은 변화를 지향하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전국 41개 대학에 개설된 락스타존은 젊은 학생들이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세미나, 스터디 활동 등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젊음의 공간이다. 락스타존을 놓고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내부 반발이 있지만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젊은 고객을 공략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어 회장의 소신에 따라 점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KB, 조직문화 쇄신타은행 2∼3배 인력… 생산성 꼴찌서 뒤뚱… 12% 희망퇴직후 쌩쌩
KB, 조직문화 쇄신
타은행 2∼3배 인력… 생산성 꼴찌서 뒤뚱… 12% 희망퇴직후 쌩쌩
○ 해외 시장을 잡아라

어 회장은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KB금융은 현재 해외에 3개의 현지 법인과 7개의 지점, 1개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진출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2007년 진출한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는 2011년 지점으로 확대됐다. 또 중국 내에서는 지점을 추가 증설하고 현지법인 형태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인도 뭄바이, 베트남 하노이, 일본 오사카 등에 지점 신설을 추진하는 등 해외진출 교두보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어 회장은 27, 2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G100유럽’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초청 받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100명과 한자리에 섰다. G100유럽은 글로벌 주요 기업 CEO 100명이 모여 국제 정세와 경영 환경 등을 논의하는 세계 최고의 경영자 모임으로 A G 레플리 P&G CEO와 피에르 낭텀 액센추어 CEO, 앤드루 모스 아비바그룹 CEO 등 거물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어 회장은 이번 모임에서 한국을 대표해 변혁기의 CEO 역할과 노령화 인구의 영향, 은행의 변화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주제로 참석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G100유럽에 참석한 데 이어 곧장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IR)에 나섰다. 영국 런던과 에든버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 4개 도시에서 주요 기관투자가들을 만났다. 어 회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150여 곳의 기관투자가를 만나는 등 각국의 투자자를 직접 찾아다니며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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