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김낙회 사장 “내 경쟁력은 솔직히 열등감에서 나왔다”

  • 동아일보

제일기획 샐러리맨 신화… 김낙회 사장 토크콘서트

“솔직히 저의 경쟁력은 열등감에서 나왔어요.”

2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열정락(樂)서’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국내 최대 광고회사의 수장으로서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사진)이 화제를 자신의 ‘열등감’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후원하는 열정락서는 대학생과 명사들이 만들어가는 토크콘서트로 이날은 김 사장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그는 제일기획의 샐러리맨 신화로 불린다. 최초로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제가 쿡 누르면 막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는 대단한 능력자처럼 보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시골 출신에다 집안은 어려웠고, 겨우 재수해서 들어간 대학도 이른바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아니었다.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가 좋아서 제일기획에 입사한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취업이 안 되자 교수님이 추천해 일단 지원해 봤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뭘 모르고 있으니 ‘넌 대체 잘하는 게 뭐냐’는 면박을 많이 들었고, 1970년대 광고업계는 척박하기 그지없어 여기저기서 잡상인 취급받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성실함’을 무기로 꺼냈다고 한다. 부족하기 때문에 남보다 열심히 해야겠다고 믿은 것. 그는 “신입사원 때부터 매일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 늘 하루에 1시간 동안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며 “남보다 하루를 1시간씩 일찍 시작하니까 조금씩 앞서 나간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30년 동안 이를 지키며 느낀 것은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성실함이라는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사장은 “광고를 몰라서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열등감이 열정이 됐다. 지금의 ‘신사동 가로수길’이던 서울 신촌으로 가 아무 대학생이나 붙잡고 즉석 아이디어 회의를 한 적도 있다”며 “아이디어는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시간과 경험 그리고 노력에서 태어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제일기획#김낙회사장#토크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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