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 팍팍…‘하우스푸어’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4일 0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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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택을 보유한 가구의 가계 빚이 가처분소득보다 1.4배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경기 둔화에 따른 고용감소 등으로 가계소득이 더욱 줄어 집 한 채만 가진 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14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지난해 자기 집을 보유한 전(全)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연평균 3688만원으로 전년(3373만원)보다 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총액은 6353만원으로 전년(5629만원)보다 12.9% 늘어났다. 가처분소득 증가속도의 1.4배다.

가처분소득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166.9%에서 2011년 172.3%로 확대됐다.

자택 보유 가구의 월지급 이자와 월상환액은 48만원에서 60만원으로 25% 급등했다.

비수도권보다는 수도권 가구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졌다.

수도권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50.2%다. 비수도권 가계 110.0%의 두 배를 넘었다.

증가세 역시 수도권은 2010년 239.4%보다 10.8%포인트 상승해 비수도권 0.3%포인트보다 32배나 가팔랐다.

월지급 이자와 월상환액은 수도권 가계가 64만원에서 79만원으로 23.4%, 비수도권 가계가 38만원에서 47만원으로 23.7% 증가했다.

소득보다 부채와 이자비용이 빠르게 늘었다는 것은 가계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집은 있지만 무리한 대출과 세금 부담으로 실질소득이 줄어 가난하게 사는 '하우스푸어'가 대거 양산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마련했으나 원리금 상환 탓에 생계에 부담을 느껴 가계지출을 줄이는 `광의의 하우스푸어'가 2010년 기준으로 156만900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2010년,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지난해에는 하우스푸어가 전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역시 실질임금 상승세보다 경기둔화세가 뚜렷해 하우스푸어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생계난을 견디지 못해 집을 처분하는 '하우스리스'(houseless·무주택자)로 전락할 개연성도 있다.

현대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가계수입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부채가 누적되고 대출금리가 올라 가계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다. 경계에 있던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임 위원은 "경제둔화, 물가불안 지속으로 하우스푸어가 결국 집을 내놓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싼값에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주택가격이 더 내려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점이다"고 우려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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