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위적인 인력구조조정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7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받은 직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 내에 ‘투 뱅크(Two Bank) 체제’로 외환은행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외환은행의 독립성을 유지해주고 (두 은행을) 선의의 경쟁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 하나금융은 1971년 단자회사인 한국투자금융에서 출발해 1998년 충청은행, 1999년 보람은행, 2002년 서울은행 인수에 이어 외환은행까지 품에 안으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 승인 등 금융당국 결정과 관련한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 외환은행과의 화학적 융합, 후계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치권과 노조, 시민단체의 압력
금융위원회가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과 관련해 민주통합당과 외환은행 노조, 일부 시민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 노조는 “특혜로 얼룩진 승인은 인정할 수 없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금융위가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가장 큰 근거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엄밀히 말해 ‘론스타펀드IV’라는 론스타의 펀드이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전체 론스타가 아니라는 점이다. 론스타의 글로벌 자산을 모두 들여다보면 일본 골프장 같은 비금융자산이 대거 포함돼 산업자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외환은행의 주인인 론스타펀드IV와 직접 연결된 계열사 자산명세만 따져야 하고, 이 원칙대로 하면 금융자본이 맞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 씨티그룹이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할 때도 씨티그룹이 투자 목적으로 설립한 펀드의 자산상태만 들여다봤을 뿐 씨티그룹의 전 세계 자산을 살펴보지는 않았다.
하나금융이 5영업일 안에 지급하는 인수대금 3조9157억 원을 포함해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인수 후 챙기는 차익이 총 4조7000억 원에 이르는 점도 ‘먹튀’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하나금융은 원천징수하는 세금 3522억 원을 뗀 3조5634억 원을 지급하고, 지난해 론스타와 매각가격 재협상을 벌여 깎은 4903억 원 중 1000억 원을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환은행 노조 등은 “정부가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줬다”고 주장했다. ○업계 2위로 부상, ‘포스트 김승유’에도 관심
이번 외환은행 인수로 하나금융은 단숨에 자산규모 2위의 금융지주로 부상한다. 지난해 9월 말 자산규모는 236조9000억 원으로 나머지 3개 금융지주보다 100조 원 이상 적었다. 하지만 ‘하나+외환’의 자산은 366조5000억 원으로 우리금융(372조4000억 원)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선다. 영업에 필수적인 지점 수도 대폭 늘어나 국내 지점 수는 2위, 해외 지점 수는 독보적인 1위다. 두 은행의 실적을 합치면 외환, 무역금융,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서는 1위, 대기업 및 가계대출 외화대출, 투자금융(IB) 부문에서는 2위가 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이번 인수가 금융권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과 ‘투 뱅크’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소매금융에 장점이 있는 하나와 외환 및 기업금융에 강한 외환은행의 정체성을 유지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1012개인 두 은행의 점포 중 반경 100m 안의 중복 점포는 30여 개에 불과하며 대출 자산의 중복도 거의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하나금융의 우산 아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앞으로 하나금융을 누가 이끌지도 관심이다. 김 회장의 임기는 올해 3월까지다. 다음 달 9일 이사회에서 연임 논의가 시작되고 3월 주주총회에서 임기 연장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그는 이날 거취를 언급하지 않고 “회장 후보추천위원회에 후임 회장 인선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만 밝혔다. ‘포스트 김승유’로 불렸던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복귀는 없다”고 말해 사퇴를 공식화했다. 김 회장이 1년 더 연임하며 외환은행과의 통합 작업에 주력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지만 사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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