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법성포 30년만의 풍어… “굴비 엮느라 링거주사 맞아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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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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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수 영산해다올 사장(오른쪽)이 직원과 덕장에서 건조되는 굴비를 살펴보고 있다.
영광=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박윤수 영산해다올 사장(오른쪽)이 직원과 덕장에서 건조되는 굴비를 살펴보고 있다. 영광=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지난해 12월 27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리 대덕리 굴비 제조업체 영산해다올 작업장에서는 설 명절을 앞두고 굴비를 엮는 ‘엮거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박윤수 영산해다올 사장(41)은 30t가량의 굴비를 말리고 있는 덕장에서 굴비 상태를 살피느라 분주했다. 박 사장은 “1년 매출의 60%가량을 설과 추석에 올리는데 지난해 추석에는 참조기가 잡히지 않아 이곳 업체들이 울상이었다”며 “이번 설에는 링거 주사를 맞아야 할 정도로 바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성포 인근 굴비 업체 대부분이 30년 만의 참조기 풍어(豊漁)로 활기에 찬 모습이었다.

‘풍어랑’ 굴비를 만드는 대덕리 신진유통 작업장에서는 직원 12명이 흰 가운을 입고 말린 굴비를 크기별로 선별하느라 바쁜 손길을 놀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드는 상품은 일반 가정용 20미(마리) 1.4kg 굴비 세트와 선물용 10미 1.2kg 세트. 이정일 신진유통 사장(49)은 “설을 앞두고 직원들이 오후 9시가 지나도 작업을 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성포의 지난해 추석은 ‘악몽’이었다. 폭우와 태풍이 이어져 조업일수가 줄어들고 이상기온으로 참조기 어획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009년 4만 원대에 형성돼 있던 참조기 12kg 한 상자 값이 지난해에는 7만 원을 넘어섰다. 원물(元物)인 참조기 값이 오르니 굴비 값도 치솟았다. 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굴비 수요가 한우로 옮아가면서 매출액이 10% 이상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따뜻한 날씨가 이어진 덕분에 참조기 어획량은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이경민 롯데마트 생선 선임상품기획자(CMD)는 “굴비가 많이 나와 설 선물용 굴비 세트 준비 물량을 지난해 설보다 10%가량 늘려 잡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법성포구에서 굴비를 팔고 있는 구용우 구가네굴비 사장(40)은 “가을에 참조기가 30년 만의 풍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이 잡혔다”며 “이번 설에는 씨알도 굵고 품질도 좋은 굴비가 많이 나온 만큼 예년 수준의 매출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영광=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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