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로 겪은 고난, 보험설계사 성공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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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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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마비 2급’ 삼성화재 황영문씨

황영문 삼성화재 리스크 컨설턴트는 몸이 불편하지만 고객을 만날 때마다 ‘목숨을 건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한다. 삼성화재 제공
황영문 삼성화재 리스크 컨설턴트는 몸이 불편하지만 고객을 만날 때마다 ‘목숨을 건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한다. 삼성화재 제공
“보험 영업이 힘들다지만 장애인의 삶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장애인으로 살면서 겪었던 고난이 보험설계사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소아마비 2급 장애인이지만 전북 군산지역 최우수 보험설계사로 이름을 올린 황영문 삼성화재 군산지역단 희망지점 리스크 컨설턴트(RC·44)의 말이다. 황 RC는 몇 년째 희망지점 소속 50명 설계사 중 실적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삼성화재의 최우수 RC로도 여러 번 뽑혔다. 그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저를 보자마자 ‘장애인 설계사가 권하는 보험은 가입하지 않겠다’ ‘아침부터 재수 없다’고 욕하는 분도 계시지만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적도 있는 내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설계사들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없어 고객 한 명을 만나면 목숨 걸고 해당 고객에게 집중한다”며 “그 정성에 감동한 고객이 다른 고객을 소개해 주는 식으로 영업 범위를 넓혀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 손과 두 발이 뒤틀린 장애를 지닌 채 태어났다. 깐깐한 시골 어른이었던 그의 조부모는 그의 부모에게 아기를 내다버리라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조부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아들을 장롱에서 지내게 하면서 치료법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맸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7세가 되도록 걷지를 못하자 결국 아들을 재활원에 입소시켰다. 그는 그리운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를 악물고 여러 차례의 수술과 물리치료를 참아냈고 15년 후 자전거를 탈 정도로 회복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전주 우석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9년 삼성화재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 초기 군산의 한 유명회사에 찾아가 직원들에게 명함과 볼펜을 돌린 얘기를 들려줬다. 당시 한 부장급 직원이 그가 보는 앞에서 명함과 볼펜을 쓰레기통에 버린 후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황 RC는 이에 굴하지 않고 매일같이 사무실을 방문해 직원들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했다. 감복한 해당 부서 직원들은 대부분 그가 권유한 보험에 가입했지만 부장급 직원만은 설득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2008년 신입 설계사들에게 영업 노하우를 전수하려고 삼성화재 교육과정에 강사로 참가했다. 그 자리에서 9년 전 자신을 박대했던 부장을 만났다. 퇴직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 삼성화재 보험설계사로 입사한 것이다. 그는 “지난 일은 묻어두고 선배 설계사로 최선을 다해 그분을 이끌어 주려 했지만 2년도 못 버티고 회사를 떠났다”며 “그만두기 전 ‘보험 영업이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과거에 당신을 그렇게 박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착잡했다”고 소개했다.

황 RC는 대학 후배인 아내와 결혼해 열두 살된 아들을 두고 있다. 그의 아내도 남편과 함께 삼성화재에서 설계사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기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아내가 옷 입는 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출근을 못하니까 간혹 서운한 일이 있어도 말 못한다”며 활짝 웃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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