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워크아웃 졸업, 朴의 승부수 통했다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박병엽 부회장
박병엽 부회장
팬택 채권단이 7일 팬택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졸업에 합의했다. 박병엽 부회장이 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의를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이에 따라 팬택은 워크아웃 개시 4년 8개월 만에 경영 정상화의 길을 걷게 됐다. 박 부회장의 ‘사즉생(辭則生·사의를 표명해야 살릴 수 있다)’의 승부수가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 등 11개 금융회사로 이뤄진 팬택 채권단은 이날 팬택의 2138억 원의 워크아웃 채권을 신디케이트론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워크아웃 졸업안에 합의했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은행이 같은 조건으로 차입자에게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을 뜻한다. 이에 앞서 채권단은 일부 은행끼리 팬택이 제시한 담보를 놓고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기 위해 이견을 보였지만 이날 담보를 공동으로 잡고 신디케이트론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팬택이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해결해야 할 채무는 총 4500억 원 규모. 이 중 워크아웃 약정을 체결한 주채권은행인 11개 은행이 2138억 원의 협약채권을 갖고 있으며 나머지 2362억 원은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중소 금융회사와 개인의 몫이다. 비협약채권 2362억 원은 팬택의 보유 자금과 앞으로 매출을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통해 상환하기로 했다.

팬택 임직원들은 이날 채권단의 합의 소식을 듣고 글로벌기업으로의 도약을 다짐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팬택은 “워크아웃 종료는 ‘팬택호’의 새로운 50년을 향한 출발점”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집요함으로 진화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제 채권단의 불분명한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며 사의를 밝힌 박 부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박 부회장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개인 휴대전화마저 비서실에 맡겨 놓은 채 외부와 연락을 끊고 휴식을 취했다.

팬택 관계자는 “채권단이 합의한 데 대해 박 부회장은 아직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일단 박 부회장의 복귀를 위한 여건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퇴진 카드의 목적이 달성된 만큼 사의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박 부회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채권단이 나를 차기 경영자로 다시 지목해도 쉬겠다”며 “잠을 좀 편히 자고 마음을 추스르고 싶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이 당장 경영에 복귀하기보다 당분간 쉬면서 향후 경영 구상을 할 가능성도 높다.

박 부회장은 지분의 10%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은 포기한다고 밝혔지만 주식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쉬면서 생각해 보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팬택이 워크아웃 졸업 후 새 주인 찾기에 나서면 창업주인 박 부회장은 컨소시엄 등으로 자금을 모아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팬택을 되찾아올 수 있다.

채권단 일부에서는 박 부회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놓으니 옷까지 내놓으라는 꼴이라는 것.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팬택이 완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박 부회장을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서 사퇴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겠느냐”며 “채권단은 어쩔 수 없이 ‘삼고초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