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롯데칠성, 가격 내리고도 욕 먹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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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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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가 대표 음료 5개의 가격을 인하하기로 해 놓고도 욕을 먹고 있다. 실제로는 올려놓고 내린 척했으므로 ‘위장 인상을 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칠성사이다(7%), 펩시콜라(9%), 게토레이(9%), 레쓰비(5%), 칸타타(3.8%) 등 5개 품목의 가격을 내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보다 열흘 앞서서는 이 5개 품목을 포함해 20여 개 품목의 음료 가격을 올렸다. 인상폭은 최고 9%에 달했다.

문제는 가격을 올린 품목이 20여 종인데 원위치로 돌린 품목은 5개뿐이라는 데 있다. 그것도 가격을 올릴 때는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내릴 때만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크게 ‘생색’을 냈다. 가격을 내린다고 밝힌 롯데칠성은 당시 “경기도 어려운데 소비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20여 개 품목의 출고가를 올릴 때는 소비자에게는 알리지 않고 유통업체 지역부문장과 10개 지사(점)장에게만 해당 내용을 통보했다. 가격을 내리는 품목은 소수인데 생색은 크게 낸 셈이다.

롯데 측은 “가격을 내린 품목이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고 전체 매출액에서 보면 80%의 비중을 차지한다”며 “나머지는 과실음료 등 잘 팔리지 않는 음료니까 사실상 가격을 원위치로 돌려놓은 것이 맞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꺼림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식품업계는 요새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올리지 못해 울상이다. 설탕, 캔, 페트병 등 원·부자재 및 포장재 구입가격 상승과 인건비, 유류비 등 판매관리비는 급등했는데 제품 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 잡기에 나선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우유값이 올랐어도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등 빵 관련 외식업체들 거느린 회사들은 정부 물가안정 정책에 동참하겠다면서 가격 동결 선언을 했을 정도다.

김현지 산업부 기자
김현지 산업부 기자
이런 상황에서 롯데칠성 측도 가격 인상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롯데칠성처럼 가격을 소비자 몰래 올리는 기업은 적지 않다.

하지만 롯데칠성이 좀 더 투명하게 소통했더라면 ‘위장 인상을 했다’느니 ‘뒤통수를 쳤다’ 등의 욕은 덜 먹지 않았을까. 눈치작전을 펴다가 들통 나 욕먹는 롯데칠성의 사례가 다른 식품업계에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현지 산업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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