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밤의 ‘쇼핑 나이트메어’… 사고 얼룩진 美블랙프라이데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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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센터 바닥에 노인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지만 매장을 가득 채운 쇼핑객들은 그를 외면했다. 대폭 할인된 물건을 남보다 먼저 차지하겠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물건을 먼저 잡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최루가스를 뿌리는 작태도 벌어졌다.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25일 ‘블랙 프라이데이’에 곳곳에서 발생한 쇼핑 사고 소식은 경기침체로 잔뜩 위축된 분위기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 로건카운티의 월터 반스 씨(61)는 25일 0시 15분 사우스찰스턴에 있는 쇼핑센터인 ‘타깃’에서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고르다가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하지만 쇼핑객들은 그냥 지나쳐 갔다. 심지어 일부 쇼핑객은 쓰러진 반스 씨 위를 뛰어넘어 지나갔다. 한참 동안 방치된 반스 씨는 매장을 둘러보던 응급실 간호사에게 발견돼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때마침 쇼핑을 나온 응급 구조원이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반스 씨는 2000년 심장 수술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한 30대 히스패닉계 여성이 월마트 전자제품 코너에서 비디오게임기기인 ‘X박스’를 먼저 잡으려고 다른 쇼핑객들에게 최루가스를 분사해 20여 명이 다쳤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킨스턴 시 월마트에서는 경찰이 질서 유지를 위해 쇼핑객들에게 최루가스를 분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월마트 직원이 전자제품을 가득 담은 화물 운반대를 끌고 나타나자 이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바람에 난장판이 되자 경찰이 최루가스를 분사한 것.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에서는 매장에서 게임기를 훔쳐 달아나는 사람을 경찰이 체포하는 과정에서 격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선 이날 오전 1시 45분경 쇼핑객에게서 물건을 뺏으려던 한 강도가 쇼핑객이 물건을 내놓지 않자 총을 쏴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 페이터빌 시에서도 쇼핑몰 근처에서 강도들의 총격사건이 발생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 유통회사들이 해마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반짝 대규모 세일’을 하는 연례적인 행사다. 연말 결산을 앞둔 유통회사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이른 시간에 쇼핑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대폭 할인하는 기획행사를 벌인다. 예년에도 꼭두새벽, 심지어 그 전날부터 쇼핑객이 매장 앞에 텐트를 치는 등 사람들이 몰려 부상하는 사고가 간혹 있었다. 하지만 올해처럼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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